특수교육 순회교사는 떠돌이?

입력 2010-02-02 08:34


특수교사가 없는 학교를 찾아다니며 장애학생을 가르치는 서울 지역 특수교육 순회 교사들이 ‘떠돌이 신세’에 처할 위기에 놓였다. 다음달 일선에 배치될 예정이지만 업무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데다 관리 주체마저 불분명하다. 교육 당국은 순회교사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동안 머물 공간도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 특수교육 순회교사 65명을 이달 중 선발·교육해 새 학기부터 고등학교와 유치원으로 각각 54명, 11명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학교들이 특수학급 설치를 기피하는 탓에 생겨나는 특수교육 사각지대(본보 지난해 12월 15일자 8면 보도)를 해소하려는 조치다.

시교육청 계획에 따르면 순회교사는 서울시내 11개 학군에 5∼6명씩 배치된다. 교사마다 특수학급과 특수교사가 없는 일반학교 3∼4곳을 돌며 혜택을 원하는 장애학생에게 맞춤 교육을 제공한다.

난제는 고교로 가는 순회교사를 누가 관리하느냐다. 애초부터 유치원과 초·중학교 특수교육만 해 온 지역 교육청이나 특수교육지원센터에는 고교 특수교육 업무를 관장할 인력이 전무하다.

한 지역 교육청 특수교육 담당자는 “지금 상황에서 고교로 순회교육을 나간다면 관리할 사람이 없다”며 “초·중·고 교육과정이나 업무 시스템이 모두 다른데 나도 고교 시스템을 모른다”고 말했다.

고교 업무를 관할하는 본청이 맡기도 벅찬 실정이다. 본청에서는 장학사 2명이 서울시내 모든 특수교육 현안을 조율한다. 이들이 고교 순회교사 54명까지 관리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순회교사들이 행정 업무를 처리할 거점이 어딘지도 모호하다. 특수교육지원센터가 가장 유력하지만 대개 관내 초등학교 교실 한두 칸을 빌려 쓰고 있어 순회교사를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센터에는 장애학생 물리치료와 상담 업무를 맡는 치료교육 순회교사와 사회복지사 등이 이미 5∼6명씩 배치돼 있다. 치료교사 가운데 일부는 올해 일선 학교로 나가지만 그보다 센터로 들어올 특수교육 순회교사가 더 많다. 센터는 영아교실, 상담실, 연수실 등으로 분할돼 업무 공간이 넉넉하지 못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센터가 좋긴 한데 여건이 열악해 사람을 더 배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에서 한 명씩이라도 맡아주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윤희 광운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당국이 너무 서두르는데 사람만 뽑아서는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리기 어렵다”며 “사전 조사나 시범운영 단계를 거쳐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