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대출 금융시장 ‘뇌관’으로
입력 2010-02-01 21:29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7일 1심 법원으로부터 대출업체에 초기 투자금 19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대형 주상복합건물을 신축하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Project Financing)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신한은 2006년 초 서울 창신동에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의 빌딩을 짓는 사업에 금융주간사로 선정됐었다.
우리은행과 대우증권, 부국증권은 2006년 중국 칭다오의 27층짜리 주상복합건물 건축 사업에 부동산 PF 방식으로 357억원을 대출해줬다가 265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 공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단됐다.
부동산 PF 대출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PF 대출은 2008년 하반기부터 오름세가 둔화됐지만 연체율은 여전히 높다. 잇단 사업 차질로 부실 여신 비중은 증가세다. 부동산 경기가 급락하거나 채권 관리에 허점이 생기면 건설업계, 금융권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시한폭탄’ 부동산 PF=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84조원으로 2008년 말 대비 9000억원 증가했다. 금감원은 최근 미분양 주택이 2008년 말 16만5000가구에서 지난해 9월 말 12만6000가구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PF 리스크도 줄어드는 추세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 PF 대출 평균 연체율은 2007년 말 2.93%에서 지난해 6월 말 5.91%까지 급증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골프장, 콘도, 상가 관련 PF 사업 차질로 고정 이하 여신(여신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눴을 때 고정 아래 3단계의 부실 여신)이 계속 늘고 있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2007년 말 1.89%에서 2008년 말 3.35%, 지난해 6월 말 4.66%로 상승했다. 고정 이하 여신이 급증하면 금융회사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부실 가시화되나=시장에서는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차츰 드러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금융업계 관계자는 “아파트 미분양은 자산운용사 리츠(REITs·부동산 투자 신탁) 등으로 해소되고 있는데 상가가 문제다. 상가 미분양은 단시간에 해소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펴낸 ‘건설업체 PF 우발채무의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9월 기준으로 36개 건설업체의 부동산 PF 우발채무 46조원 가운데 24조원이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온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우발채무는 시행사가 대출받을 때 건설사가 지급 보증을 서는 등으로 지게 된 것인데 단기자금을 빌려 계속 만기를 연장하는 특성을 감안해도 53%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시행사 도산, 건설사 채무 급증, 금융회사 부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관련 투자에 집중한 저축은행을 눈여겨보고 있다.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자산 대비 부동산 PF 대출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9.3%(11조485억원)다.
◇key Word : 부동산 PF 대출
은행 등 금융회사가 특정 프로젝트의 사업성과 미래 현금흐름을 보고 자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 부동산 개발사업을 담보로 대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사업이 중단되면 시행사, 지급보증을 한 건설회사, 대출해준 금융회사 모두 큰 타격을 입는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