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판매 호조가 달갑잖은 주택금융公

입력 2010-02-01 18:55

주택금융공사가 부동산을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MBS)을 발행,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 주는 보금자리론 판매 호조에 오히려 울상 짓고 있다. 공사가 고정금리 상품인 보금자리론 금리를 지난해 3차례 인하하면서 사실상 역마진 상태에 놓여 대출이 늘어날수록 손해가 크기 때문이다. 이는 금리 상승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 상품으로 주택을 마련하려는 실수요자에게는 지금이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의 공급 실적은 5조9430억원으로 2008년의 4조2436억원보다 40% 증가했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 2004년 3월 공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보금자리론 판매가 급증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신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를 때는 고정금리 상품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게다가 최저금리 기준으로 공사의 보금자리론 금리가 시중은행들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 1% 포인트밖에 높지 않는 등 금리 차가 축소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변동금리형에 비해 2% 포인트가량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공사는 지난해 1월, 2월, 5월 각각 0.5% 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 10년 만기 기준 연 7.60%였던 대출 기준금리를 6.1%로 끌어내렸다. 여기에 인터넷 대출신청 시 0.2% 포인트의 금리 할인혜택을 포함하면 연 5.9%의 고정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게 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공사로서는 보금자리론 판매가 그다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 인하로 보금자리론을 판매할수록 손해를 보면서 공사의 신용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는 시중은행을 통해 보금자리론을 판매한 뒤 이 대출채권을 담보로 MBS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한다. 하지만 MBS 발행 금리와 보금자리론의 기준금리 차가 지나치게 좁혀져 공사 운영에 필요한 적정 이윤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발행한 MBS 금리는 10년물 기준 연 5.56%로 대출금리(인터넷 신청 기준)와 비교하면 불과 0.34%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시중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이 2∼3% 포인트인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상황이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