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선거광고 허용’ 비난 여진… 美 사법부 중립 놓고 갑론을박
입력 2010-02-01 18:44
미국 행정부와 사법부 간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논쟁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 도중 대법원 판결을 공개 비판하자 그 자리에 있던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알리토 대법관이 대통령의 비판에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31일 “연방정부를 구성하는 행정부와 사법부의 싸움”이라는 제목으로 이를 보도했다.
CSM은 논란을 오바마 대통령의 강도 높은 발언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는지와 알리토 대법관의 대응이 정치적 행동인지로 요약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기업의 선거 관련 TV광고를 무제한 허용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특수 이해집단의 자금이 무제한으로 선거판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발언에 알리토 대법관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고 “사실이 아닌데(not true)”라고 혼잣말을 하는 입 모양이 취재 카메라에 잡혔다.
보수법학자들은 대법관들을 면전에 두고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한 것에 대해 “워싱턴 정치가 보여주는 최악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랜디 바넷 조지타운대 법대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무례한 것이며, 행정부가 사법부를 협박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반면 알리토 대법관의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상적으로 재판관들은 대통령의 연설에 박수를 치거나 눈을 굴리는 등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뉴저지 대법원의 피터 베르니에로 판사는 “법정은 정치와 당파의 영향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도 NBC방송에 출연해 “대법원 판결이 민주주의에 미칠 악영향을 거론한 것”이라며 알리토 대법관의 행동에 대해 “독특한 감정 표출”이라고 꼬집었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