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 한국벤처에 400만달러 투자
입력 2010-02-01 18:24
미국 퀄컴사가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우고 국내 벤처기업 1곳에 400만 달러(47억원)를 투자한다. 퀄컴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통신용 칩 분야 세계 1위 기업. 전체 매출의 35%(2007년 기준)를 국내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우리나라와 각별한 사이지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사상 최대 규모(2600억원)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방한 중인 폴 제이콥스 퀄컴 회장은 1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R&D센터 설립과 벤처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국 R&D센터는 중국에 이은 퀄컴의 두 번째 해외 R&D센터로 국내 기업, 대학,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퀄컴 측은 R&D센터와 관련한 투자 및 인력 채용 규모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제이콥스 회장은 “미리 예산을 책정하지 않고 연구 프로젝트에 따라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 연구소장은 퀄컴 본사 R&D 상무인 이태원 박사가 맡는다.
퀄컴의 자회사 퀄컴벤처스가 4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국내 벤처는 ‘펄서스테크놀러지’다. 전 세계 디지털앰프 칩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오디오 전문 반도체 회사다. 퀄컴은 펄서스가 2003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휴대전화용 디지털 증폭 SoC(단일 칩 시스템)와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휴대전화용 디지털오디오 규격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투자 계획은 지난해 퀄컴이 지식경제부와 코트라의 글로벌 기업 투자유치 프로그램에 가담한 뒤 처음 내놓은 결과물이다. 제이콥스 회장은 “펄서스 투자는 장기 계획의 첫 단계일 뿐”이라며 “다음 투자 대상 벤처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콥스 회장은 이번 투자 결정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와 무관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 결정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며 법적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결정한 불공정행위 시정조치에 관한 의결서를 지난달 퀄컴 측에 전달했으나 퀄컴이 불복하고 있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공정위 조사결과 퀄컴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경쟁사 모뎀칩을 쓸 경우 높은 로열티(CDMA 기술 사용료)를 받는 식으로 경쟁사를 배제시켰으며 일부 업체에는 자사 모뎀칩 구매 조건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