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무역수지 1년만에 적자 기록했지만… ‘불황형 흑자구조’ 탈피했다

입력 2010-02-01 21:27


1월 무역수지가 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상 한파로 원유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수입 모두 큰 폭으로 증가해 ‘불황형 흑자구조’에서 탈피한 모습이다. 정부는 2월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고 연말까지 200억 달러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1월 수출입 동향’ 자료를 통해 지난달 수출은 310억8000만 달러, 수입은 315억5000만 달러로 4억7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할 때 수출은 47.1%, 수입은 26.7% 각각 증가했다. 기저효과 등이 겹치면서 수출 증가율은 1990년대 들어 최고 수준이다.

자동차 부품(158%), 액정디바이스(103%), 반도체(121.6%)의 수출 증가율이 두드러졌고 중국 및 아세안 등 개도국으로의 수출도 급증했다. 특히 춘절 등으로 중국의 수요가 급증하며 지난달 20일까지 전체 수출에서 대(對) 중국 비중이 29.8%에 달했다.

이상 한파로 인한 난방 수요 증가와 원유 가격 상승으로 원유 수입액이 지난해에 비해 44.1% 증가했다. 또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등 석유화학 제품 수입이 201.1%나 증가하면서 원자재를 중심으로 수입이 크게 늘었다.

이동근 지경부 무역투자실장은 “1월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수출이 축소되면서 소폭의 흑자를 기록하거나 적자를 기록해 왔다”며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경부는 2월 무역수지가 두 자릿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등 향후 돌발상황이 없는 한 올해 무역수지 흑자목표 200억 달러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생산 설비를 위한 자본재(28.1%) 및 반도체 제조장비(4.1%), 자동차 부품(2.8%) 등의 수입도 늘어 수출과 수입이 모두 증가해 경제 체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30대 그룹이 올해 87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경제 규모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도 1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고 해서 올해 우리 경제 여건이 크게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특히 경제 불안 요소로 꼽히고 있는 각국의 출구 전략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이한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을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정부 주도의 수요 창출을 민간이 대신해줄 만큼 경제가 회복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그 자체를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유가와 환율이 변수다. 원화가치는 일단 강세(환율 하락)를 보일 전망이 우세하고, 유가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또한 세계 경제가 본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고 ‘더블 딥(경기 회복 후 재 침체)’ 우려도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월에 흑자 폭이 축소될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었다”며 “환율 등 여러 불안 요인이 겹칠 수 있어 무역수지가 나빠질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