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선왕실도서가 왜 日 궁궐에 있나
입력 2010-02-01 18:04
일본 궁내청에 ‘조선왕실의궤(朝鮮王室儀軌)’ 외에 다른 왕실 문서가 소장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에는 ‘제실도서(帝室圖書)’로 불리는 조선왕조 도서 가운데 의학과 군사(軍史) 등을 소개한 서적 38종류 375책(冊), 역대 왕의 ‘경연(經筵)’에 사용된 3종 17책이 포함됐다. 해외 유출 문화재를 조사한 우리 문화재청도 확인한 내용이다.
그동안 우리는 프랑스의 외규장각도서 반환을 요구하는 열기에 비해 일본에 대해서는 의외로 무심했다. 일제 식민통치 기간에 철저하게 문화재를 약탈당했으면서도 민관 어느 쪽에서도 치열한 접근이 없었던 것이다. 그 이유가 있긴 하다. 1965년 일본과 수교 협상을 하는 과정에 문화재 일부를 반환받은 기억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이 강탈한 문화재는 수없이 많다. 통계도 없고 기록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으니 정확한 실상을 파악조차 할 수 없지만 왕실과 민간을 통틀어 대규모의 문화재가 바다를 건너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가운데 ‘조선왕실의궤’는 1922년 조선총독부의 기증 형식으로 반출됐고 ‘제실도서’와 ‘경연’은 총독부 관리들이 빼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한마디로 어느 것도 정당한 소유가 아닌 것이다.
국제적으로 약탈 문화재는 반환이 원칙이다. 이는 근래 유럽과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확인된다. 조선왕실의 의례를 담은 책이 왜 일본 왕실에 있다는 말인지 한국 국민들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 더욱이 ‘조선왕실의궤’는 한국 국회가 2006년 12월 반환 요구를 결의하고, 2008년 4월 한·일 외무회담에서도 반환을 요구했으나 묵살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제국주의 시절에 국가권력의 이름으로 빼앗아간 문화재는 돌려주는 것이 문명국가의 도리다. 일본으로서도 이번 기회를 식민시대에 저지른 약탈의 만행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일본 곳곳에 산재한 한국 문화재의 기록부터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강제병합 100주년을 맞아 일본이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이자 양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