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조절 못하는 아이돌 ‘실언은 주파수를 타고’

입력 2010-02-01 22:14


반복되는 라디오 방송 말실수… 이번엔 신동 ‘여성비하’ 논란

“제가 (여자친구한테) ‘살 빼’라고 말하면 상대방은 ‘넌?’이라고 되묻는데, 그럴 경우엔 ‘난 남자고 넌 여자잖아’라고 응수해요.”

또다시 라디오에서 나온 말실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슈퍼주니어 멤버 신동이 MBC 라디오 ‘신동·김신영의 심심타파’에서 발언한 부분이 ‘여성 비하’ 논란으로 번진 것이다. 이혁재의 ‘배틀 비하’ 발언, 정찬우의 ‘SS501 성형’ 발언, 소녀시대 태연의 ‘간호사 비하’ 발언까지 라디오 방송 사고는 아이돌과 관련된다. 실제로 2008년부터 발생한 ‘라디오 발언 논란’을 분석해보니 대부분은 아이돌에 의한 혹은 아이돌에 관한 내용이었다. 유독 아이돌이 라디오 방송 사고에 노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방송 위주인 라디오에서 말실수 위험 높아=기본적으로는 라디오라는 매체 특성 때문이다. 방송과 달리 편집의 여지가 적은 라디오는 대본보다는 즉흥 멘트에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이 때문에 방송에 갓 입문한 아이돌 스타는 발언 수위 조절에 상대적으로 미숙하다. ‘심심타파’ 손한서 PD는 “라디오는 생방송이기 때문에 언제나 조심해야 한다. 대본이 있어도 간략하기 때문에 장애인, 종교 등 특정 대상 비하는 조심하도록 사전에 주의를 준다. 또한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사과를 내보낸다”고 말했다.

◇아이돌 관련 발언은 휘발성 높아=작은 발언이라도 아이돌이 주체나 대상이라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작년 1월 12일 ‘점심시간에 간호사가 주사를 놔주지 않았다’는 소녀시대 태연의 발언은 ‘간호사 비하 논란’으로 번졌다. 곧 태연의 공식사과가 따랐으며 이는 다시 기사화됐다. 이혁재의 ‘배틀 비하’ 논란, 정찬우의 ‘SS501 비하 논란’의 경우 발화자는 개그맨이지만 그 대상이 아이돌이라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이돌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에 네티즌의 항의가 쏟아지고 이 현상이 기사화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련의 ‘라디오 발언 논란’은 언론이 이슈화시키기 위해 과장되게 해석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신동의 발언도 프로그램 맥락상 자연스러운 내용이라는 것이다. ‘심심타파’ 제작진은 “신동의 발언이 ‘여성 비하’로 왜곡된 부분에 대해 정정보도 낼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문화평론가 이문원씨는 “(신동의 발언이) 사실 그렇게 심각한 여성 차별적인 멘트라고 보기 힘들다. 오히려 일부 네티즌이 반발하는 움직임을 인터넷 매체가 크게 보도하고 며칠 째 기사를 쏟아내니 이슈가 되고 있다. 발언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말을 ‘신동’이라는 아이돌이 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