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기도하는 갈대
입력 2010-02-01 18:31
야고보서 5장 16∼18절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이 ‘팡세’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우주 가운데 가장 연약한 갈대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이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인간은 연약한 존재이지만 기도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참 하나님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기도해도 헛것입니다. 오직 믿음으로 의인이 된 그리스도인에게만 참 하나님께 기도하는 특권이 부여되었습니다(16절). 그러므로 우리는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도 연약한 인간이다. 그러나 기도하는 갈대이다.”
야고보는 본문에서 기도에 관해 강조하면서 엘리야 선지자의 예를 듭니다. 그는 모세와 더불어 구약의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 이름을 들으면 워낙 많은 기적을 행해서 강한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 역시 우리와 성정(性情)이 같은 연약한 인간이었습니다(17절).
갈멜산에서 바알 선지자 수백 명을 해치웠던 그가 왕비 이세벨의 엄포에 혼비백산하여 도망갑니다. 로뎀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은 그는 급기야 하나님께 죽기를 구합니다. 이게 자연인 엘리야의 본래 모습입니다(왕상 19:4). 그 역시 우리와 같이 세상을 두려워하고, 지치고, 쓰러지는 연약한 인간에 불과했습니다. 오직 기도하는 동안 위대한 능력의 사람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기도하지 못할 때는 여지없이 연약한 본래 모습으로 전락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본문 17∼18절에 소개된 것은 기도하는 엘리야의 모습입니다. 그가 간절히 기도하자 3년 반 동안 비가 오지 않았고, 다시 기도하니까 비가 내렸습니다. ‘자연인 엘리야’가 강한 게 아니라, ‘기도하는 엘리야’가 강한 것입니다.
모든 신앙 위인들의 공통점은 바로 ‘위대한 기도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주기철 목사님은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에 항거하여 모진 고문을 극복하고 승리한 순교자입니다. 하지만 그의 일기를 보면, 따뜻한 숭늉 한 사발을 마시고 싶어했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순교를 감당하지 못할까봐 안절부절못하는 겁쟁이였습니다. 그가 위대한 순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위대하고 강하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시대에 존 낙스는 메리 여왕이 개신교 신자 학살명령을 내리자 밤을 지새우며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내게 스코틀랜드를 주옵소서! 아니면 죽음을 주옵소서!” 놀랍게도 학살명령이 철회되었고, 오히려 여왕이 중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마지막 고통 중에 여왕이 이렇게 절규했다고 합니다. “아, 존 낙스 한 사람의 기도가 백만 명의 대군보다 무섭구나!”
아시아계 최초로 예일대 총학생 회장으로 선출돼 화제가 됐던 최재훈군의 이야기입니다. 기자가 그의 어머니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제가 재훈이에게 해준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단지 열심히 기도했을 뿐이에요. 기도와 말씀은 우리 가정의 가장 강력한 무기랍니다.” 그 가정은 형편이 넉넉지 못했지만 기도의 힘으로 범사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간증입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일하면 우리가 일하지만,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비록 갈대와 같이 연약하지만, 기도할 수 있는 한 결코 꺾이지 않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면 절망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 기도하면 희망이 보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도하는 갈대입니다. 기도의 힘으로 항상 승리하는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홍문수 목사 신반포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