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상의 성경과골프(41)

입력 2010-02-01 11:13

동반자의 스코어를 네 것처럼 챙겨라

“원수를 갚지 말며 동포를 원망하지 말며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레 19:18)

얼마 전 홈코스 회원의 날에 Y선배와 치열한 경기를 하였다. 내가 핸디캡을 6점 드리는 사이였는데 7홀을 마치고 나는 +2, Y선배는 +3이었다. 8번홀은 비교적 쉬운 파5홀이라서 내가 마음속으로 이 곳에서 한 점을 더 벌려 격차를 벌려가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힘차게 휘두른 샷은 별 영양가 없이 왼쪽의 조금 경사진 곳에 떨어졌다. Y선배의 볼도 비슷한 지점으로 날아갔다. 내가 먼저 샷을 하려고 어드레스를 하는데, Y선배가 너무 가까이 서 있어서 양 발이 다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Y선배는 정말로 성품이 좋은 분이지만, 대범한 성격 때문인지 작은 에티켓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었다. 예전 같으면 비켜 달라고 이야기했겠지만 얼마 전부터는 동반자의 방해나 실수에도 무조건 참고 절대로 짜증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어, 아무 말 없이 그냥 쳤으나 집중이 흐트러져서 샷은 감기고 볼은 러프 지역으로 들어갔다.

할 수 없이 세번째 샷은 페어웨이로 레이업 하듯 쳐냈고, 네번째 샷은 그린 앞 벙커를 피해 다소 넉넉히 핀을 지나고 아홉 걸음의 약한 내리막 퍼팅이 남게 되었다. 첫 퍼팅은 괜찮았지만, 조금 길어서 한 걸음이 채 안 되는 거리가 남았다. 마무리 퍼팅을 하는데 Y선배는 또 내 옆에 바짝 서 있었다. ‘두번째 샷을 할 때도 방해가 되었는데…’ 하는 불편한 마음이 들더니 그 짧은 퍼팅을 놓치면서 더블보기를 했다. 이후 경기의 흐름을 잃은 나는 파 반, 보기 반의 플레이로 전락했고, Y선배는 계속 파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13번 파3 홀에서 티샷이 그린을 놓친 Y선배는 어프로치를 잘 붙였으나 60센티의 내리막 훅 라이가 남았다. P선배가 느닷없이 남은 거리를 퍼터 샤프트로 재더니 "오케이 거리인 줄 알았는데…"하면서 기브를 주지 않자 약간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Y선배는 지금 마음이 흔들려서 저 퍼팅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저 퍼팅을 놓치면 아마도 허물어질 것이다. 비록 내가 두 번이나 방해를 받아 흐름이 끊겼지만 Y선배를 용서하고(?) 도와 드리자" 내가 지체 없이 강력히 컨시드를 드렸다. P선배가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몰라도, 마음이 흔들려 집중이 깨진 Y선배가 실수를 하면 그로 인해 베스트 스코어 행진에 금이 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날 나는 경기 감각을 끝내 회복하지 못해 +9로 끝났지만, Y선배는 라이프 베스트 +6를 기록하였다.

내가 무려 9점이나 내기에서 터진 것이다. 비록 큰 차이로 경기에 졌지만 동반자가 생애 첫 70대 싱글 기록을 세웠으니 모두가 기쁜 하루였다. 나는 베스트 스코어 기념패를 하나 준비해 드리겠다고 했고, Y선배는 동반자 모두에게 보답의 뜻으로 한 라운드를 초대하였다.

동반자의 경기 흐름을 챙겼던 작은 배려가 그의 베스트 스코어 기록으로 연결된 추억의 라운드였다.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