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국립서울병원 ‘16년째 방황’

입력 2010-01-31 22:08

수도권 유일의 정신병원인 서울 중곡동 국립서울병원(구 국립정신병원) 이전문제가 16년째 겉돌고 있다. 정부 및 병원,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이 신축과 이전 방안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1962년 설립된 국립서울병원은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 정신 질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보건법 제8조에 의해 설치돼 현재 960병상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1995년 지역 주민들의 요청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 병원을 이전하기로 결정했으나 병원 측 등의 반발에 부닥쳐 16년째 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보건복지가족부와 자치단체, 주민대표 등으로 갈등조정위원회가 구성됐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첨예한 대립으로 뾰족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고 있다.

갈등조정위는 당초 주민들 요구에 따라 다른 지역으로의 이전을 추진했다. 경기도 포천시도 지난해 11월 내촌면 내리 주민 351명의 동의서를 얻어 유치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갈등조정위는 연구원과 병원 종사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포천 쪽으로의 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갈등조정위는 병원을 허물고 그 자리에 종합의료복합단지 형태로 신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종합의료복합단지는 국립정신건강연구원(13층)과 의료바이오비즈니스센터(22층), 의료행정타운(22층) 등으로 구성하도록 했다. 기존 정신병원의 기능은 정신건강연구원(병상은 300개로 축소)이 맡도록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주민들은 종합의료복합단지로 바뀐다 해도 여전히 정신병동이 남아있는 만큼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립서울병원으로 인해 집값 하락 등 그동안 재산상 피해가 컸던 만큼 신축보다는 병원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갈등조정위는 지난 27일부터 사흘간 병원 인근 중곡 1, 2, 3, 4동 주민 1000명을 표본으로 국립서울병원 폐원 및 신축안에 대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5일 발표되는 결과를 토대로 복지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립서울병원 이전을 위한 범구민 대책위원회는 “이전안은 아예 쏙 빼고 신축안만을 놓고 찬반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는 타당성이 떨어진다”면서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적극적인 유치 의사를 표명한 포천시 부지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져야 한다”면서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은 셔틀버스 운행 등 교통 편의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시행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했다.

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