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아버지] ‘아버지의 자녀 축복권’ 구원의 역사 위한 질서

입력 2010-01-31 18:01

성경, 특히 구약성경에서 아버지의 자녀 축복은 분명한 효력을 지녔다. 자녀에게 행하는 아버지의 축복의 말들은 미래에 바탕을 둔 예언의 말들이었지만 반드시 현실로 이뤄졌다. 그것은 권위(아버지)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뤄가시는 질서의 하나님의 방법이기도 했다.

인류의 타락과 홍수 심판 뒤 노아 부부와 그의 세 아들 부부는 이제 새로운 역사를 펼쳐가야 하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노아는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은 채 자고 있는 자신을 조롱한 아들 함을 향해 저주를 퍼부었다. 함의 아들 가나안이 다른 형제의 종이 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반면 아버지의 이런 실수를 가려주고 함구했던 아들 셈과 야벳을 향해서는 함의 아들 가나안은 셈의 종이 되고, 야벳은 창대하게 되기를 원한다며 축복했다(창 9:18∼28).

‘약속의 조상’ 아브라함은 셈의 15대 후손이다. 그리고 그 아브라함은 다윗과 예수 그리스도의 혈통을 이룬다. 야벳의 후손들로부터는 아버지 노아의 축복대로 여러 나라가 파생돼 나오게 된다. 바다를 끼고 있는 소아시아와 유럽 국가가 야벳에게서 시작됐다. 함의 자손은 가나안 땅의 12족속을 이룬다. 이들은 나중에 모세와 여호수아로 이어지는 출애굽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축출되고 만다. 세 아들에게 행한 노아의 축복과 저주가 세대를 거치며 실제가 된 것이다.

아버지의 축복권은 한번 행사되면 취소나 번복이 불가능했다. 이것은 늙은 아버지 이삭을 속이고 장자 에서 대신 축복을 받아낸 사기꾼 야곱도 예외가 아니었다. 에서로 변장한 아들 야곱을 향해 임종을 앞둔 이삭은 “만민이 너를 섬길 것”이라며 축복했다. 뒤늦게 달려온 에서도 “아버지가 빌 복이 이 하나뿐입니까”라며 따져보지만 이미 이삭의 입에서 흘러간 축복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에서에겐 “칼을 믿고 생활하게 되고 아우를 섬기게 될 것”이라는 저주의 말이 돌아왔다(창 27:27∼40).

야곱과 에서의 역사는 아버지 이삭의 축복과 저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야곱은 유다와 요셉 등 12아들을 둔다. 이들은 12지파 족장들로서 이스라엘 역사의 줄기를 형성한다. 반면 에서는 이방 여인과의 결혼을 통해 부모의 마음을 근심케 한다. 나중에 이스라엘 민족을 끊임없이 괴롭히게 되는 에돔 족속이 바로 에서의 후손들이다.

자녀의 생과 사를 결정짓는 이 같은 아버지의 축복과 저주의 말은 또한 강력한 자녀훈계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아버지 다윗으로부터 축복과 경고를 받았던 솔로몬 왕은 자녀들에게 이렇게 훈계했다.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이르기를 내 말을 네 마음에 두라 내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살리라”(잠 4:4) 아버지의 축복과 저주, 그것의 성취 여부는 결국 자녀의 태도에 달려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