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發 모바일 혁명-② 산업계 지형도 뒤흔든다] PMP·내비·넷북 직격탄

입력 2010-01-31 18:35


2004년 매출 4500억원대에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의 30%를 장악했던 아이리버(옛 레인콤)는 지난해 매출 1441억원, 영업적자 241억원이라는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애플사의 ‘아이팟’에 MP3플레이어 시장을 빼앗긴 결과다.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아이리버는 애플이 태블릿PC(휴대용 터치스크린 PC) ‘아이패드’를 공개한 28일(현지시간 27일) 주가가 13.81% 떨어졌고 29일에도 14.5%나 빠졌다. 아이패드가 기존 전자책 단말기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장에 고사(枯死) 위기 몰린 업종=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 지금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굴러온 돌’은 모바일 혁명을 이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이며 ‘박힌 돌’은 차량용 내비게이션, PMP(휴대용 동영상 재생기), 넷북(미니노트북) 등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GPS(위성항법장치) 프로그램 ‘구글 맵스’의 모바일 버전을 스마트폰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발표하자 가민, 톰톰 등 미국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리서치는 “무료로 쓸 수 있는 모바일 GPS가 있는데 누가 비싼 차량용 GPS를 사용하겠느냐”며 “결국 시장은 스마트폰 기반의 모바일 GPS로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2014년 기존 내비게이션 시장은 축소되는 반면 GPS를 탑재한 스마트폰 판매량이 내비게이션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크고 사양도 앞서는 태블릿PC가 올해 본격 출시되면 내비게이션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PMP도 사양길에 들어섰다. 동영상 재생이 되는 MP3플레이어와 스마트폰의 협공에 직면한 PMP는 학습용(동영상 강의) 수요에 기대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학습용 수요 역시 태블릿PC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는 “앞으로 PMP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의미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창 뜨던 넷북도 태블릿PC의 등장에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넷북의 장점은 싸다는 것뿐”이라고 혹평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PC 사이엔 넷북 대신 아이패드가 자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휴대전화는 스마트폰으로 수렴=PC 기능을 갖춘 휴대전화를 스마트폰이라고 일컫는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돼 일반 휴대전화를 수렴하고 있다는 뜻이다. 아직까지 스마트폰 빅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이 1분기 1조1200억원, 2분기 1조원, 3분기 1조300억원, 4분기 9900억원으로 뒷걸음질쳤다. 반면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은 4분기 순이익이 33억8000만 달러(3조9000억원)로 전년 대비 50.2% 급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산 휴대전화의 성패는 스마트폰 시장을 얼마나 공략하느냐에 달렸다”고 지적했다.

◇올드 미디어도 디지털화 풍랑 속으로=신문, 잡지, 출판 등 ‘올드 미디어’ 산업은 무료가 판치는 인터넷 시대를 맞아 고전 중이다. 애플은 아이패드로 올드 미디어의 디지털화를 이끌어 새로운 유통채널을 선사할 참이다. 애플은 이번에 아이패드 콘텐츠 공급사로 명시한 하퍼콜린스, 펭귄, 사이먼&슈스터, 맥밀란, 하체트 북그룹 등 미국 5개 출판사 외 다른 업체들도 추가로 참여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들은 아이팟과 아이폰으로 음원 및 소프트웨어 유료화에 크게 기여한 애플이 이번엔 아이패드로 콘텐츠 유료화를 촉발시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급격한 디지털화에 대해 기존 업계에선 기대와 불안이 공존한다. 국내 출판업계 관계자는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종이책보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젊은층을 유인할 여지가 많아지지만 전자책 가격이 종이책보다 저렴해 전체적으로 매출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