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밥상이 위험하다] 30세 증권맨의 식생활 일기

입력 2010-01-31 18:28


아침 거르고 점심 라면, 퇴근후 한잔…

20, 30대 젊은층의 영양불균형이 심각하다. 아침은 거르기 일쑤고 점심은 인스턴트식품으로 때우는 생활을 하면서 몸속에 질병의 씨앗을 키우고 있다. 3년 동안 영양에 신경을 쓰지 못한 채 살아온 외국계 증권사 직원 최재원(가명·30)씨는 최근 시간을 내 병원에 다녀온 뒤 자신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다.

1월 28일. 또 배에서 신호가 왔다. 화장실로 뛰어갔다. 설사다. 몇 달 째 몸이 이상하다. 원래 매일 아침 하루에 한 번 대변을 봤었다. 최근엔 하루 5번 이상이나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다녀올 때마다 진이 빠진다. 피로가 쌓여 잠을 자고 일어나도 개운치 않다.

그동안 걱정은 됐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병원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젊으니까 좀 지나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점심시간 회사 근처 내과에 갔다. 양복을 입은 또래 남성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분 후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설사가 심하고 아무리 자도 몸이 무겁다”고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는 배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갖다댔다. 의사는 “밥은 제때 잘 먹느냐”고 물었다.

취업 후 자취를 하며 3년 동안 아침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 점심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계 증권사로 이직해 본사 업무시간에 맞춰 일하다 보니 점심시간은 가장 바쁜 시간이 됐다.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중국음식을 시키거나 삼각김밥과 라면을 사먹곤 했다. 의사는 “몸이 건강할 리가 없다”며 혀를 찼다. 밥을 제때, 제대로 먹지 않아 영양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했다. 최근 젊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문제로 병원을 많이 찾는다고도 했다.

의사는 “영양불균형 상태가 지속될 경우 언제 갑자기 몸이 안 좋아질지 모른다.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라”고 주문했다.

숙제만 안은 채 병원을 나왔다. 점심은 또 걸렀다. 먹은 것도 없는데 화장실은 또다시 나를 부른다.

1월 29일. 아침식사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점심 역시 삼각김밥과 콜라로 때웠다. 어제 병원에 다녀온 후 신경이 온통 건강에 쏠렸지만 아침은 뭘 먹고 점심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아 답답했다. 일하다 잠시 짬을 내 직접 식단을 짜려 했지만 ‘밥’이라는 단어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다.

결국 오늘도 일과 후 술을 마셨다. ‘이러는 사이 몸은 더 나빠질 텐데.’ 걱정이 태산이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