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남북정상회담 물밑접촉 어디까지…南 하반기, 北은 상반기 선호

입력 2010-01-31 18:28

국군포로·납북자 의제화 이견

김정일 ‘통큰 선물’땐 조기 성사될 수도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사전 물밑 접촉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시기와 의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31일 “국정원이 지난해 말부터 남북관계를 총괄하는 북측 통일전선부와 베이징 등 제3국에서 접촉한 것으로 안다”면서 “시기와 의제 등에서 입장 차가 좁혀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측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입장에서 상반기 중 정상회담 개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남측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비핵화 일정이 어느 정도 가닥을 잡힐 때 회담을 여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지방선거(6월 2일) 전에 할 경우 정상회담을 선거에 이용한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다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상회담 자리에서 6자회담 복귀 등 일종의 ‘통큰 선물’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경우 정상회담 시기는 비핵화 일정과 관계없이 빨리 열릴 수도 있다. 빠르면 핵 안보 정상회의(4월 12∼13일, 워싱턴DC) 이전인 3∼4월쯤으로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측은 북측에 핵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며 “미국과 핵 문제를 풀려고 하는 북측을 상대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선제적으로 6자회담 복귀를 끌어낼 경우 상호 윈-윈(win-win)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제로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도 가장 큰 현안으로 꼽힌다. 북측은 일단 국군포로나 납북자의 완전 송환은 체제의 존엄과 관련된 문제라며 난색을 표시했고, 현재는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를 늘리면서 상봉 신청자 중 10%를 국군포로나 납북자에게 할당하는 기존 방식보다 참여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북측 협상단에 이 문제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인사들도 포함이 됐다”면서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일부 송환이나 고향 방문 문제가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지만 다소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신년국정연설에서 밝힌 국군 유해 발굴 문제도 북측 인민군 유해의 발굴과 함께 공동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소식통은 “인민군이 대거 사망한 낙동강 지구와 영종도 지구는 나대지가 많지 않은 점이 장애물”이라고 설명했다.

장소 문제는 이번에도 북측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4차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한다는 보장만 있으면 3차 정상회담은 한 번 더 평양에서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남북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북측은 쌀·비료의 지원과 금강산·개성 관광의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최근 특별시로 승격시킨 나선시에 대한 남측의 투자 확대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대북 전문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의제는 60∼70% 정도 정리됐고 사실상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등 비핵화 일정만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