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드래프트·무능력 직원 3진 아웃제… 공기업 ‘파격 인사실험’ 본격 확산

입력 2010-01-31 18:59

‘철밥통’ 이미지를 깨기 위한 공기업의 ‘인사실험’이 확산되고 있다. 연공서열 타파와 능력주의 인사가 골자다. 특히 필요한 직원을 선택해 데려오는 이른바 ‘인사 드래프트’제를 비롯해 직원공모제 등이 빠르게 도입되는 추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31일 2급 팀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연공서열을 파괴했다. 전체 428개의 2급 직위보직 가운데 33%에 달하는 139개 직위에 능력이 검증된 하위직급자를 전격 발탁해 임명한 것. 이번 LH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3중 인사검증 시스템’의 도입이다.

LH는 경영지원부문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특별인사실무위원회’와 부사장이 위원장인 ‘보임인사추천위원회’를 신설·가동했다. 여기서 1·2차로 선별된 인사 대상자 목록은 감사 및 인사부서로 전달돼 비리연루자와 무능력자 및 인사 청탁자 등이 최종적으로 가려졌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1일부터 전 간부직위에 대해 직원공모제도를 통한 인사를 단행한다. 직위공모제란 직위·직급·직군의 구분을 없애거나 확대해 업무역량에 따른 간부 직위를 부여하는 제도다. 난방공사는 직위 공모로 4급 직원 가운데 업무능력을 높게 평가받은 11명을 팀장에 앉히기로 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인사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거래소는 지난 22∼29일 본부장 및 부서장, 팀장급 인사에서 상위 관리자가 함께 일할 부하직원을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부하직원 선택제’를 시행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신규 보임된 팀장 29명 중 45%인 13명을 과장급으로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달 초 공개경쟁보직 추천제를 통해 80%가량을 교체했다. 특히 처장 직위에 팀장급 직원을 발탁 보직하는 등 26%를 하위직급 직원으로 발탁했다. 보직에 탈락된 34명은 무보직으로 발령해 재활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재활교육에 3회 탈락하면 해임 또는 퇴출된다.

업무 효율성 제고에 비중을 둔 공기업의 잇단 인사개혁에 대한 부작용도 제기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인사개혁 기준이 개인 실적이 최우선시 되다보니 팀이나 개별 조직 간 유대관계가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면서 “조직원 간 갈등이나 인사 후유증에 대한 사측의 배려나 별도 조치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김찬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