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농심, 37년만에 라면 격돌

입력 2010-01-31 22:22


롯데, 그룹 브랜드·유통망·가격 내세워 ‘라면’ 출시

롯데그룹이 25년 라면시장 1위를 지켜온 농심에 도전장을 냈다. 그룹 브랜드, 강력한 유통망, 저렴한 가격 3박자를 갖춘 ‘롯데라면’이 30일 시장에 나왔다. 농심이 롯데공업 시절인 1973년까지 ‘롯데라면’을 출시했으나 이번엔 롯데그룹이 ‘롯데’ 브랜드를 앞세웠다. 그만큼 의지가 강하다. 올해 식품업계 최대 격전지는 라면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 관계자는 31일 “그룹 브랜드를 활용한 것은 품질에 자신이 있고 대표 상품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PB(유통업체 자체상표) 제품 롯데라면을 30일부터 롯데백화점(26개 점포), 롯데마트(69개 점포), 롯데슈퍼(170개 점포)와 함께 온라인 롯데닷컴, 롯데홈쇼핑을 통해 유통시키고 2일 롯데 계열 편의점 ‘세븐일레븐’(2200개 점포)에 내놓는다.

롯데는 당초 롯데마트에만 유통시킬 계획이었으나 그룹 전계열사 유통망을 활용키로 방침을 바꿨다. 신격호(88) 그룹 회장의 뜻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신 회장과 농심 신춘호(80) 회장은 친형제다. 하지만 서로 얼굴을 보지 않은 지 10년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의 라면시장 진출이 ‘형제간 경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롯데의 강점은 브랜드 파워와 강력한 유통망. 24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롯데닷컴·홈쇼핑)도 가동하고 있다. 이런 광범위한 유통망을 토대로 롯데는 일단 저가 전략으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백화점·마트 등은 30일부터 롯데라면 5개들이 묶음 상품을 2850원(단가 570원꼴)에 판매하기 시작했고, 세븐일레븐은 낱개 상품을 650원에 판매할 계획이다. 삼양라면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농심 ‘신라면’(5개 묶음 3000원, 낱개 750원)보다 낮게 책정했다. 기본적으로 라면이 대표적인 서민 식품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지만 한편으로는 농심을 의식한 가격정책으로 해석된다.

롯데는 현재로선 라면을 직접 생산하지 않고 한국야쿠르트에 위탁 생산한다. 이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기존 라면에 맞춰진 소비자의 입맛을 쉽게 변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농심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라면시장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생기면 직접 생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라면시장 규모는 연간 약 1조7000억원대. 그 가운데 농심은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시장의 절대강자다. 농심은 롯데그룹의 라면시장 진출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농심은 롯데를 경쟁 상대로 인정하지 않지만 롯데의 강력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감안할 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석 기자 bs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