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 다단계 사기 핵심간부 검거

입력 2010-01-31 19:19


중국에 밀항한 회장 조희팔과 5만여 투자자에 피해

국내 최대 다단계 사기단의 핵심 간부가 1년 3개월간의 도피 생활 끝에 검거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30일 다단계 업체 ㈜리브의 경영고문인 김모(43)씨를 서울 도곡동에서 붙잡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조희팔(52·수배중)씨와 함께 의료기구 임대업과 부동산업을 하는 다단계 업체 ㈜리브를 운영하며 고수익을 미끼로 전국에서 투자자 5만여명을 모아 약 4조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를 받고 있다. 수서서는 31일 김씨의 신병을 사건을 맡고 있는 충남 서산경찰서에 인계했다. 서산서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

㈜리브는 국내에서 가장 큰 다단계 사기단으로 꼽힌다. 조씨 등이 가로챈 금액은 ‘제이유(JU) 사건’ 피해액 약 2조100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지난해 4월 대구지방경찰청이 ㈜리브 관계자 15명을 구속하는 등 지금까지 관련자 300여명이 경찰 수사를 받고 28명이 구속됐다. 대구경찰청과 서산경찰서가 충청도를 기준으로 남북으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2008년 12월 9일 조씨가 중국으로 밀항하기 전 수사 정보를 얻기 위해 해경과 경찰 관계자에게 5억원의 뇌물을 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는 당시 소형 보트로 서해 공해까지 나가 다른 배에 옮겨 타는 수법으로 해경의 추격을 따돌리고 중국으로 달아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역시 보트를 이용해 중국으로 밀항하려 했지만 높은 파도 탓에 실패한 뒤 국내에서 도피 생활을 해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씨가 브로커를 통해 경찰과 해경 관계자에게 뇌물을 뿌리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2008년 해당 브로커 2명을 붙잡아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은 “관련 정보만 들었을 뿐 금품을 건넨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사건 핵심인 조씨의 행방을 추궁하는 한편 조씨 밀항 과정에서 해경과 경찰 관계자를 매수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서산서 관계자는 “수사가 상당히 진행된 상황이기 때문에 영장 신청에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조국현 전웅빈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