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공화 연찬회서 野 두들긴 오바마

입력 2010-01-31 19:05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다시 선거전에 들어선 듯한 모습이었다.

지극히 지적이고 냉정한 어투로, 그렇지만 논쟁적이고 빠르게 반응했다. 29일(현지시간) 워싱턴 근교 볼티모어에서 열린 공화당 하원의원 정책연찬회에서 그가 보인 태도는 그랬다.

그는 공화당 하원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그들과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 모습은 미국 전역에 케이블 TV로 생중계가 됐다.

연찬회에 참석하기 수 시간 전에 백악관 측은 공화당 마이크 펜스 연찬회 의장에게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의원들과의 일문일답을 TV생중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했다. 공화당 관계자는 “(말 잘하는) 대통령에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위험한 생중계인줄을 당 지도부가 알아차렸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언론들은 공화당이 생중계를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죽기 살기로 싸우기만 하라고 미 국민들이 우리를 워싱턴에 보내지는 않았다”며 무조건 딴죽을 거는 공화당을 대놓고 비판했다. 건강보험 개혁을 “볼셰비키의 음모”라고 공격하거나, 공화당 의원들이 선거구 유권자들에게 “이 사람(오바마)이 미국을 파멸시키기 위해 온갖 정신 나간 일들을 하고 있다”고 비난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 “나는 특정 이데올로기의 신봉자가 아니다(I’m not an idelogue)”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지난해 7870억 달러 경기부양법안에 단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던 공화당 의원들에게 “당신들 중 일부는 그 재원으로 시작되는 선거구 사업의 기공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느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 같은 대(對)야당 공세는 그가 새 정치 전략을 세웠음을 의미한다고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새 전략은 ‘직접 교전(direct engagement)’ 방식이다.

대통령이 공화당과 직접 맞부딪히고,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하는 것이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번 일문일답으로 공화당에 ‘한 방 먹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펜스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이데올로그가 아니다’고 말했을 때, 많은 국민들이 그러는 것처럼 회의장 안에서도 ‘끌끌’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렸다”고 비꼬았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