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잇단 발언 배경은… 대북문제, 자신감 표현인가? 感으로 얘기했나?

입력 2010-01-31 21:40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 관련 발언이 ‘전진’을 거듭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3대 조건인 의제, 장소, 시기 문제를 전부 언급했다. 남북 정상이 만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를 논의하고, 어디에서 만나며, 어떤 시점에 만나느냐가 남북 당국 간 조율돼야 한다. 그 이후에 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한반도 빅 이벤트가 성사된다.

그런데 최근 이 대통령은 이 세 가지 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발언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29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기가 특정된 것이다. 다음날인 30일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는 “그랜드 바긴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생각이 있다면 이 제안에 흥미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핵을 포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답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인 핵 문제에 대해 북한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발언이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7일 ‘특별생방송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장소는 첫째 조건이 아니다. 핵과 인도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 이번 한 번만은 (장소가) 굳이 서울이 아니어도 된다는 그런 융통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올 차례’라는 정상회담 장소 부담을 푼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신년 국정연설에서는 “올해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남북한 상시 대화기구 설치를 제안했었다.

이 대통령이 갑자기 남북관계에 대한 진전된 발언들을 내놓은 배경은 뭘까. 일단 ‘천기누설’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대통령의 BBC 발언에 대해 “내부적으로 조율된 발언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참모들과의 협의 없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민감한 부분을 말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31일 원론적 얘기인가, 아니면 뭔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간쯤 되는 것 같다”면서 “대통령이 자신의 감을 얘기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에게는 남북관계에 대한 모든 정보들이 보고된다.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민간 라인, 비공식 라인 등을 통해 다양한 대북 정보와 움직임들이 보고된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 참모들이 모르는 일들이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종합적인 정보를 보고받는 이 대통령만이 진전된 상황을 알고 있을 수 있다. 남북 간 비공식 접촉은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이 수석은 “남북관계가 한 가지 색의 무채색이 아니다”며 “지금 다양한 여러 가지가 (남북 간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이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있을 수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한 구체적 합의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