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도요타 추락’ 왜… ‘마른수건 짜기’에 안전신화 붕괴

입력 2010-01-31 21:47


“안전신화가 붕괴됐다.”

도요타 자동차의 대규모 리콜 사태를 바라보는 일본 언론들의 시각이다. 초기 대응 실패와 비용 절감에만 매달려온 일본식 경영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반면 도요타에서 배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금융위기 탈출에 성공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도요타식 비용 절감 ‘부메랑’=단기적으로는 도요타의 안일한 초기 대응이 화를 좌초했다는 지적이다. 이미 3년 전 미국에서 도요타 픽업트럭 ‘툰드라’의 가속페달 결함이 신고됐지만 도요타는 방치했다. 2008년 12월에도 유럽에서 결함이 신고됐으나 리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또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31일 ‘기로에선 품질신화’라는 분석 기사에서 비용 절감과 대량 생산을 위한 부품 현지 조달이라는 도요타식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선 현지 생산 부품을 사용하는 게 좋지만 거래 부품업체가 증가할수록 품질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현지화를 통한 원가 절감은 가격 경쟁력 강화로 도요타를 세계 1위의 자동차업체로 올려놓았지만 결국 제품 결함이라는 부메랑이 돼 도요타를 궁지에 몰리게 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영진은 또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채 생산시설을 1000만대까지 확대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 불어닥친 경제위기 속에서 일본식 원가절감 방식과 글로벌화가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이 신문은 “특히 인명과 직결되는 자동차라는 상품에서 품질 유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비용 절감에만 매달려온 도요타를 꼬집었다.

◇스승 이긴 학생 ‘포드’=포드의 최고 경영자(CEO) 앨런 멀랠리는 지난 20년 동안 도요타의 ‘광팬’이었다. 2006년 말 보잉사에서 포드로 자리를 옮긴 멀랠리는 도요타식 생산방식을 전면 도입하는 것은 물론 도요타의 고위 임원이었던 제임스 팔리를 스카우트하기까지 했다.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업계에 몰아닥친 위기에 휘청거리던 포드는 지난해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내 시장 점유율이 16.1%로 2008년보다 15%나 상승했다. 점유율 상승은 1995년 이후 처음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포드의 성공 원인을 몇 가지 각도에서 분석했다. 우선 대규모 감원과 비용 절감 등 도요타를 모방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기여를 했다. 포드의 성공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포드는 2006년 230억 달러 이상을 차입하는 등 경기침체 기간에 견딜 수 있는 현금을 미리 확보했다. 또 신형 모델을 계속 출시하고, 연료 효율을 개선한 것이 주효했다고 NYT는 강조했다. 경제 한파를 맞은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도 구매할 수 있는 매력을 증가시켜온 것이 강점이라는 시각이다.

멀랠리는 “몇 년 전부터 실행한 장기적 계획 덕분에 최악의 경기침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수익 기반도 만들었다”고 말했다. 도요타식 비용절감 방식에다 장기적 계획 속에 마련된 ‘플러스 알파’가 스승 ‘도요타’를 넘어선 학생 ‘포드’의 성공 비결인 셈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