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빈자리 잡아라” 현대차·GM의 반격

입력 2010-01-31 18:37

도요타에 이어 혼다도 리콜을 발표함에 따라 현대·기아자동차 등 경쟁업체들이 반색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의 품질신화가 무너지면서 시장 상황 반전을 위한 기회가 된 셈이다.

현대·기아차, 제너럴모터스(GM) 등은 현금 지원을 통해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특히 현대는 슈퍼볼 경기 중계에 광고를 삽입한다. 도요타와 혼다가 잃게 될 시장을 잠식하겠다는 것이다. 도요타와 혼다의 지난해 미국 판매 실적은 각각 2위와 4위. 경쟁업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호재다.

특히 업계에서는 북미에서 소형 및 중형차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라인업이 비슷한 일본차의 신뢰 하락으로 상당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도요타가 미국에서 생산 및 판매를 중단한 캠리와 라브4 등 8개 모델 중 6개 모델이 현대·기아차 라인과 겹쳐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탈은 “도요타 리콜로 현대차의 시장점유율이 0.7% 포인트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미국법인도 도요타 차량을 팔고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 i30 등을 사는 소비자에게 1000달러를 한시 제공키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31일 “현지 딜러들의 요청에 따라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GM은 2월 말까지 미국과 캐나다 소비자가 도요타 차량을 팔고 자사 차량을 구매할 경우 인센티브로 최대 1000달러(약 115만원)를 주고 최장 60개월 할부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포드 역시 같은 방식으로 1000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7일(현지시간) 미국 슈퍼볼 경기 중계에 현대차 광고 6개와 기아차 광고 1개를 내보낼 예정이다. 슈퍼볼은 미국에서만 1억명이 시청하는 최대 스포츠 경기로, 지난해에는 30초짜리 스팟광고 단가가 240만∼300만 달러에 달했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시작한 뉴욕 타임스스퀘어 옥외광고와 슈퍼볼 광고가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요타 사태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현대차가 글로벌 지배력을 강화한 과정을 보면 도요타와 닮았다.

현대차는 전 세계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량을 급속히 늘려온 도요타처럼 생산량을 늘려 왔다. 이 과정에서 부품 품질의 관리감독이 허점이 생길 수 있다. 현대차 역시 언제든지 도요타와 유사한 대량 리콜 사태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