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밥상이 위험하다] 빵·과자로 배 채우는 젊은층… 겉은 멀쩡해도 속은 골골
입력 2010-01-31 22:36
영양불균형은 몸에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않거나(영양부족), 한 가지 영양소만 지나치게 섭취해(영양과잉) 체내 영양소의 균형이 깨진 상태를 말한다. 펀드매니저 최재원씨뿐만 아니라 젊은층 대부분이 영양불균형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심각한 20∼30대 영양불균형=회사원 김모(31)씨는 약속이 없는 날이면 으레 끼니를 거른다. 그의 주식(主食)은 과자와 빵. 주위의 걱정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는 “일이 많은 데다 혼자 밥을 먹으러 가기도 싫어 과자나 빵으로 배를 채우곤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0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20.2%(영양부족 15.4%·영양과잉 4.8%)가 영양불균형 상태에 놓여 있다. 20대의 29.8%(영양부족 21.7%·영양과잉 8.1%)와 30대의 19.2%(영양부족 13.1%·영양과잉 6.1%)가 영양불균형을 겪고 있다.
조사를 담당한 복지부 김정숙 사무관은 “높은 아침식사 결식률(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비율)과 간식 섭취율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며 “젊은층이 먹는 간식은 주로 인스턴트식품이기 때문에 영양불균형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대 중 아침식사 결식률은 46%나 됐고 30대에서도 22.6%가 아침을 먹지 않았다. 반면 20∼30대 중 하루 1회 이상 간식을 섭취하고 있는 비율은 73.5%로 조사됐다.
◇고열량·저영양 식품의 대공습=영양불균형 현상이 확산되는 가장 큰 원인은 열량은 높지만 영양소가 부족한 식품이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하려는 젊은이의 하루 식단이 이러한 식품들을 중심으로 짜여지면서 영양불균형 현상은 고착화되고 있다.
국내 3대 편의점업체의 5대 인스턴트식품(삼각김밥 컵라면 샌드위치 햄버거 도시락)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훼미리마트가 집계한 인스턴트식품 매출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07년 17.8%, 2008년 28.7%, 지난해 34.7%였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인스턴트식품 구매자의 70%는 20∼30대 직장인”이라며 “식사대용으로 편의점에서 간편한 먹거리를 구매한다”고 말했다.
◇인스턴트식품 왜 찾나=시간 여유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매일 오전 9시 학교 도서관을 찾는 한모(28)씨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데다 배가 부르면 공부도 안 돼 빵으로 식사를 해결한다”고 했다. 직장인 대부분도 한씨와 같은 이유로 간편한 음식을 찾고 있다.
개인주의도 원인으로 꼽힌다. 회사원 성모(30)씨는 “다른 사람과 밥을 먹는 걸 좋아하지 않아 혼자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는다”며 “주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고 말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정효지 교수는 “젊은층의 개인주의 성향이 간편한 식사를 찾는 사람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에 대한 인식 부족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젊을수록 영양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무모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성미경 교수는 “젊은 시절부터 고른 영양을 섭취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영양불균형의 부작용에 언제든 노출될 수 있다”면서 “영양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