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유학원 광고… 거짓 정보도 예사

입력 2010-01-31 18:19


여인숙 수준 기숙사에 한국학생이 태반… 온천 시설은 터만 남아

지난해 6월 호주 브리즈번의 한 대학에 어학연수를 떠난 권모(26·여)씨는 첫 수업시간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유학원 광고와 현지의 실상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권씨에게 호주 어학연수를 제안한 유학원은 “한국 학생이 있을 수 있다”고만 했지만 권씨가 속한 반에는 12명 중 8명이 한국인이었다.

유학원이 기숙사라고 설명한 숙소는 배낭여행자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여인숙에 가까웠고, 온천 시설이라고 광고했던 곳은 터만 남아 있었다. 지난달 귀국한 권씨는 “유학을 나가려는 주변 사람에게 유학원만 믿으면 안 된다고 꼭 주의를 준다”고 말했다.

31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유학·이민 관련 업체에 대한 피해 고발은 2007년 561건에서 2008년 482건으로 주춤했다가 지난해 59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피해 고발 사례 중 소비자원 개입으로 분쟁을 해결한 구제 건수도 2007년 98건, 2008년 67건, 지난해 89건에 이르렀다.

유학생들은 유학원이 과장광고를 넘어 거짓 정보를 제공한다고 입을 모은다. 호주에서 지난달 귀국한 김현정(30·여)씨는 “요리와 미용 관련 직업을 가지면 영주권을 쉽게 딸 수 있다”는 유학원의 말에 어학연수를 중도 포기하고 음식점에서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씨는 호주 정부로부터 ‘요리와 미용 관련 직업에 대해 영주권을 발행할 계획이 없다’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귀국 후 김씨는 유학원을 찾아 항의했지만 “쉽게 영주권을 딸 수 있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

최근 학부모들은 유학원이 으레 과장광고를 하는 것으로 보고 항의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초등학생 아들을 필리핀에 보낸 백모(43·여)씨는 “유학원이 필리핀 학교에서 식사가 제공된다고 광고했지만 아들에게는 밥이 안 나와도 당황하지 말라고 말해 뒀다”면서 “요새 정확히 말해주는 곳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유학생 피해는 잇따르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4년 대대적인 실태조사에 나서 유학원 한 곳에만 시정 권고를 내렸을 뿐 이후 별다른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단지 등 구체적인 증거 없이 구두 상담을 통해 안내하는 내용에 대해 과대광고 판단을 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유학원 측은 과대광고 의혹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어학 실력이 늘지 않은 학생들이 억하심정으로 유학원에 화살을 돌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른 유학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업체가 과대광고를 해 학부모와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더러운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