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선제 대응” 亞 중앙은행들 잇단 돈줄 조이기

입력 2010-01-31 18:57


중국 이어 인도 지준율 인상… 필리핀도 재할인금리 올려

아시아지역 중앙은행들의 ‘돈줄 조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가운데 높아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 시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이 올해 들어 국채 발행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잇따라 올려 통화긴축에 나선 데 이어 29일 인도 중앙은행(RBI)이 지급준비율을 0.75% 인상했다.

이날 발표된 인도의 지준율 인상 폭은 당초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0.5% 포인트)를 웃도는 것이다. RBI의 조치는 식료품 가격 급등 등 공급 측면에서 발생한 물가 불안을 잠재우는 게 일차적인 목적이다. 하지만 RBI는 이날 발표한 2009∼2010 회계연도(2009. 4∼2010. 3) 3분기 보고서에서 “견조한 경기회복세 역시 인플레 확장에 대한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밝혀 경기활황에 따른 인플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목적도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8일에는 필리핀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는 그대로 유지한 채 은행 단기대출에 대한 재할인 금리를 3.5%에서 4.0%로 인상했다. 액션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코헨 이코노미스트는 “이는 필리핀이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한 출구전략에 본격 나서겠다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번 조치로 300억 페소(약 6억5000만 달러)가량의 유동성 감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6일 열린 정례 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조만간 기준금리를 올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 아시아 국가들이 통화 긴축에 나서는 것은 그만큼 인플레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시행하고 있는 가운데 금리를 인상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그만큼 자국 통화가치가 높아진다. 이는 생산품의 달러당 가격을 높여 수출경쟁력 저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도 아시아 국가들이 각종 유동성 축소 조치에 나선 것은 초저금리 체제의 장기화에 따른 폐해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출구전략 중 재정지출 지출 축소 시기 등은 국제적 공조가 용이하겠지만 금리 정상화 시기는 국제 공조가 쉽지 않고 결국 각국 사정에 따라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