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희망, 强小기업-(33)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아시아 1위 향해 내닫는 설계·디자인 강자

입력 2010-01-31 18:01


서울 수서동 희림빌딩 1층은 전시장이자 도서관이다. 그동안 수주했던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 설계·디자인 모형과 투시도 등이 이곳에 있다. 또 벽 한쪽을 가득 메운 건축 관련 전문서적과 책걸상 등을 보면 영락없는 도서관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과 인재육성에 주력하고 있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희림)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준다.

희림은 인천국제공항, 서울중앙우체국청사, 코엑스몰 등을 설계한 한국 대표 건축설계회사다. 최근엔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메인스타디움 현상공모에도 당선됐다. 올 초 유럽 건축종합지 빌딩 디자인으로부터 3년 연속 매출 기준 아시아태평양 2위 회사에 선정됐고 세계적 건축전문지 미국 ENR로부터 세계 17위로 꼽힌 건축 글로벌 기업이다.

희림의 2008년 설계부문 해외 매출비중은 29%. 2006년(4%)과 2007년(11%)에 비하면 비약적인 성장이다. 선진국 설계회사들이 주도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히 고부가가치 블루오션을 개척한 것이다.

최은석 기획본부장(전무)은 “2001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아제르바이잔 바쿠,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 등 4곳에 지사를 설립해 현지시장 개척에 나섰으며 그런 노력이 최근 수주와 매출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5∼2008년 사이 연평균 27%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엔 베트남에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해외진출이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2001년 홍콩하우징 국제현상설계에서 1등에 당선됐지만 현지 기업과 문제가 발생, 사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안정성이 높은 공공 발주처를 적극 공략한 결과 지금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2002년 국제지명현상공모에서 선진국 회사들을 제치고 1등 당선된 베트남 전력청(EVN) 설계 이후 베트남 수주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지난해 수주한 130억원 규모 UAE 아부다비 국가보안방위청(CNIA)은 실내 녹지 설계 등 친환경 청사를 구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도시 개발 노하우 수출에도 주력, 지난해 탄자니아 키감보니 신도시 개발 마스터플랜 용역을 수주하기도 했다.

희림은 최근 디자인 및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한 적극적인 선진국 시장 진출로 2015년 아시아 1위, 세계 5위 건축설계회사로 도약한다는 ‘비전 2015’를 발표했다.

희림의 강점은 스피드와 유연성이다. 최 본부장은 “신속·정확하게 사업의도를 파악하고 설계에 반영, 효율성을 높여 발주처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해외 유수 설계회사들과 다른 독창적 디자인이 호감을 얻고 있고 친환경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선도적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업계 관행인 도제방식에서 탈피해 적극적 인재육성을 통한 혁신경영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게 희림 측 설명이다. 단순 설계 위주의 스튜디오식 운영이 아닌 글로벌 설계·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희림교육관리시스템(HCDP)을 개발했으며 투자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사내 및 인터넷강좌로 직무와 직급에 맞는 학점을 이수토록 하고 국내외 대표 프로젝트에 투입된 부서원들이 강사로 나서 실무 지식을 전달한다.

또 건축 관련 이슈와 외국어, 인문교양 강좌 및 사회공헌활동을 수시로 진행해 개인역량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외 리쿠르팅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 건축사들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연구개발(R&D)에는 매출의 5%가량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설계·디자인과 인허가, 유지보수, 감리, 건설사업관리(CM)까지 원스톱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1970년 1월 출범한 희림은 97년 업계 최초 ISO 9001 인증을 획득했고 2000년 2월 업계 유일의 코스닥 상장사가 됐다. 임직원은 1060명으로 이중 설계·디자인 담당자만 549명이다.

2008년엔 건설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1558억원, 영업이익·순이익이 158억원씩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올렸다. 2009년 실적도 사상 최대가 예상된다.

희림의 올해 매출목표액은 1880억원. 영업이익은 200억원이다. 이미 지난 1월 302억원의 수주실적을 냈다. 역대 1월 최대 실적이다. 희림의 꿈은 ‘세계 최고의 건축설계회사’가 되는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