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투자 않고 곳간만 채운 대기업
입력 2010-01-31 18:58
국내 15개 대기업 현금성 자산이 42조원을 넘었다.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현금과 단기 금융상품 등을 더한 것이다. 이익은 늘었으나 투자는 별로 하지 않았다.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31일 삼성전자 등 15개 상장 대기업들이 최근 발표한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 규모는 총 42조823억원. 2008년(28조6807억원)에 비해 13조416억원(46.73%)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2조4000억원으로 전년(6조6000억원)보다 5조8000억원(87.88%)이나 늘었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현대자동차 역시 7조3610억원으로 전년(5조130억원)보다 2조3480억원(46.84%) 증가했고 포스코도 6조7540억원으로 전년(3조7720억원)에 비해 2조9820억원(79.06%) 늘었다.
또한 삼성SDI 삼성전기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SK텔레콤 대한항공 GS건설 NHN 하이닉스 등도 모두 현금성 자산이 증가했다. 줄어든 곳은 SK에너지(-1조4943억원) LG전자(-2000억원) 현대모비스(-2940억원) 등 3곳뿐이었다.
이처럼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기 침체로 안전 위주 경영 전략을 선택,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가 수차례 기업들에 적극적 투자를 호소했음에도 결국 외면한 셈이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에 나설 수 없다는 기업의 해명도 어느 정도 이해된다. 하지만 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고 투자하지 않으면 성장성이 훼손될 수 있다. 또한 투자가 이뤄져야 고용이 늘고 소비도 늘게 된다. 투자가 경기 선순환의 시작인 것이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