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애옥]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두 입장

입력 2010-01-31 19:55


백내장 걸린 강아지 때문에 걱정하는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오래 키워 정이 들다 보니 시중에서 파는 먹이 대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너무 많이 주어 눈에 이상이 왔고,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니 양쪽 눈 모두 백내장이 와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 것 같으냐며 느닷없이 묻는데 선뜻 말하지 못하였다. 강아지를 가족처럼 여기는 친구에게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수술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하기엔 나 자신이 너무 동물을 사랑하지 않는 매정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다. 수술비 부담을 느끼고 있는 친구에게 당연히 수술을 해주어야 한다고 조언도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나누는 정도였다.

그러면서 어릴 적 마당에서 뛰놀던 백구를 떠올렸다. 사람들이 먹고 남은 밥과 반찬이 개밥그릇으로 갔던 그 시절과 달리 애완견에 대한 환경이나 사람의 입장에는 엄청난 변화가 있다. 강아지를 해외여행 중에도 동행시키는 경우를 보았다. 애완동물에서 반려가족으로까지 그 위치가 달라져 있다.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로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해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는 뜻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 즉 반려동물로 개칭하였다. 이는 1983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인간과 애완동물의 관계를 주제로 하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처음 제안되었다고 한다.

수술을 하고 안 하고의 선택은 전적으로 그 강아지 주인이 결정할 문제다. 아무리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일지라도 그 시술을 결정할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결정을 하고 괴로워하는 것도 전적으로 주인의 선택에 달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먼저 동물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강아지가 굳이 원하지도 않은 음식을 강제로 먹이지는 않았나, 빈집에 들어갔을 때 유일하게 반기며 꼬리 치는 것만 좋아하고, 하루 종일 주인만을 기다리게 하는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혹시 잔인한 방법은 아닐까 그런 생각에까지 미쳤다.

강아지가 말을 못 하고 못 알아듣는다고 학대하고 함부로 행동한 적은 없는가. 키우다가 귀찮아졌다고 방치해 버리거나 쉽게 파양 등을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애완견이 아니라 반려동물, 즉 가족이라고 여긴 사람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반려동물로 여기다가도 남을 헐뜯거나 화가 났을 때 사람들이 종종 쉽게 내뱉는 상스러운 용어에 이 동물이 등장하는 것부터 모순이라면 모순이겠다. 만약 개들이 인간의 언어로 욕을 할 수 있다면 절대로 인간과 빗대어 하는 욕부터 내뱉지는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개를 키우며 거창한 철학까지는 아니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고 배우는 가운데 인간사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또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보람이 아니겠는가.

김애옥(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