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간의 가치’ 드높인 두 장애인

입력 2010-01-31 20:01

“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그 자체로 완전하다.” 장애인에 대한 가장 완전한 정의다. 장애는 동정이나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 있다는 것이다. 여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장애인과 가족의 가치를 꽃 피운 휴먼 스토리다.

오늘 검사로 첫 발을 내딛는 양익준(31)씨는 사상 첫 휠체어 검사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1997년 수능시험을 100일 앞두고 집 난간에서 떨어져 하반신이 마비됐다. 그러나 재기를 향한 의지를 불태워 4년 만에 대학에 진학해 사법시험을 통과했고 우수한 연수원 성적으로 검사가 됐다. 그의 도전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매 학기 장학금을 받지 않으면 학교에 다닐 수 없는 가정형편 때문에 사법시험에 전념할 수도 없었으나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담금질과 채찍질 끝에 목표에 다가설 수 있었다.



시각장애인으로 서울대 피아노과 첫 합격생이 된 김상헌(19)군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다. 눈으로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는 전맹(全盲)이어서 점자 악보를 따로 마련해 한 마디씩 촉감으로 곡을 익히는 과정은 다른 사람보다 몇 배의 시간이 걸렸다. 시험을 앞두고는 인대를 다쳐 목발을 짚어야 했고, 그 와중에 맹장수술과 신종 플루로 병원 신세까지 졌으나 특유의 성실함과 의지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영광 뒤에 숨은 가족의 가치도 빛났다. 양씨 가족은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자 고향을 버리고 학교 가까운 곳에 반지하 월세방을 얻어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어느 겨울밤에는 택시가 잡히지 않아 아버지와 아들이 한 시간 동안 눈 속에서 떤 적도 있다고 한다. 김군의 어머니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아들과 고통과 시련을 함께 나누는 동반자의 생활을 이어 나갔다.

이들이 던지는 교훈은 값지다. 노력하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외에도 장애인이어서, 가정환경이 어려워서 포기하는 생각 자체가 장애라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는 제2의 양익준씨와 김상헌군을 배출하기 위해 정당한 배려가 필요하다. 200만 명 장애인 스스로도 이들과 같은 자신감과 용기로 미래 개척에 나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