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중계권 전쟁 ‘누가 해결 좀 안 해주나요’
입력 2010-01-31 19:23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3사가 올림픽 중계권을 놓고 전쟁에 들어갔다. 지난달 26일 KBS와 MBC는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놓고 SBS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서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했다. 양사는 이번 주에 독점금지 가처분소송을 법원에도 낼 계획이다.
그간 방송 3사는 WBC, 메이저리그 등 주요 스포츠 중계권을 놓고 이전투구를 벌여왔다. 반복되는 중계권 다툼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6년 SBS가 방송 3사의 ‘코리아 풀(Korea Pool)’을 깨 문제가 된 5년 동안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는 애매모호한 ‘코리아 풀’ 합의안에 있다. 2006년 방송 3사 사장단은 올림픽과 월드컵 등 방송 중계권의 협상 창구를 단일화한다는 ‘코리아 풀’을 협의했다. 하지만 위반시 제재 항목을 명기한 관행과 달리 제재 규정을 두지 않았다. 이 때문에 SBS가 합의를 파기했어도 양사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2000년 풀을 깨고 미국 메이저리그를 단독 계약한 MBC는 합의된 제제 사항에 의해 국내 농구 야구 축구 중계권을 박탈당한 바 있다.
시장 차원에서 중재의 명분이 없다면 국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요원한 상태다. 관련 법은 모호하고 정부 당국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SBS의 올림픽 독점 계약 파문에 개입한 방송위원회는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사실상 손을 놓아왔다.
2008년 스포츠 중계방송권 공동계약과 순차편성 등을 제도화하고 심의할 목적으로 설립된 ‘보편적시청권 위원회’는 2009년 1월 정부가 불필요한 위원회를 정리할 때 해체됐다.
반복되는 스포츠 중계권 다툼을 해결하고자 2009년 일부 개정된 방송법은 이 문제를 풀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방송사업자는 다른 방송사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공급할 때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시장가격으로 차별없이 제공하여야 한다’는 문구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추상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MBC 이도윤 스포츠국 부장은 “정부가 2008년 이후에 방송 3사 중계권 협상 중재에 거의 나서지 않았다. 방송법에서 ‘합리적인 가격’ 등 표현이 모호해 현실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또 보편적 시청권의 목적인 ‘국민관심행사’에 대한 정의도 분명치 않다. 방송법 시행령 60조의 3항은 올림픽과 월드컵에 대해서만 국민 90%가 볼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뿐이다. 지난해 3월 WBC 중계권을 놓고 KBS와 IB스포츠의 분쟁이 있을 때 방통위는 구경만 하고 있어 논란을 빚었다. 현재 WBC와 아시안게임 등은 국민 70%의 시청권이 보장된 ‘국민관심행사’로 분류됐지만 그 외 메이저리그 등 경기는 중계권 분쟁이 발생할 요소가 있어 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