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으로 내 몸 가꾸고 치료도 한다… 각광받는 ‘자가 조직 이식술’

입력 2010-01-31 17:58


대기업 부장인 김호영(43)씨는 얼마 전 성형외과에서 자신의 배에 있는 지방을 뽑아 이마에 주입, 주름을 펴는 시술을 받았다. 아테콜 레스틸렌 같은 인공 물질을 ‘필러(filler·보형물)’로 사용하는 기존 성형술에 비해 이물감이나 부작용 걱정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반년 전부터 계단을 오르내릴 때 심한 무릎 통증을 느껴온 주부 김모(48)씨는 병원에서 연골 손상 진단을 받았다. “젊은 나이에 인공관절을 해야 하나 걱정됐다”는 김씨는 인공관절 수술 대신 자기 무릎에서 연골세포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 백 배 배양한 뒤 손상 부위에 다시 주입하는 첨단 시술을 받고 현재 재활 치료중이다.

‘내 것’으로 내 몸을 치료하는 ‘자가 조직 이식술’이 의료계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기 몸에 남아도는 지방을 추출해 주름제거, 가슴확대 등에 쓰는가 하면 뼈나 관절 연골 복원, 인대 재건, 암 수술 후 부종 치료 등에도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이용하고 있다. 거부 반응이 적어 안전하고 자연스럽다는 게 장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형외과·피부과 영역에서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 ‘미세 지방 이식술’이다. 자신의 아랫배나 엉덩이, 허벅지 부위의 잉여 지방을 가느다란 주사기로 빼낸 후 저속 원심 분리기를 통해 정제된 순수 지방 조직만을 원하는 부위에 주입하는 것이다. 한번에 약 0.1㏄씩 필요량만큼 2∼3차례 반복 주사한다. 푹 꺼진 볼이나 함몰 부위 복원, 눈가·이마의 굵은 주름 제거, 가슴 확대 수술, 쭈글쭈글한 손등 주름 제거, 도톰한 입술 만들기 등에 광범위하게 시술되고 있다.

이런 지방 이식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방이 다시 피부 조직으로 흡수돼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김형준성형외과 김형준 원장은 “하지만 최근 들어 지방 채취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과거 40%에 머물던 생착률(몸에 들어간 지방이 정상적으로 자리 잡는 비율)이 60∼90%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번 채취한 지방은 냉장 상태에서 약 1개월, 냉동 상태에선 6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어 다른 부위 추가 시술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지방 이식을 받은 뒤 1∼2주까지는 지방 생착률을 높이기 위해 이식 부위를 만지거나 마사지하는 등의 행동은 삼가야 한다. 또 한 부위에 과다한 지방을 주입하거나 균일하게 이식하지 않으면 피부 표면이 물결 모양으로 울퉁불퉁하게 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무엇보다 시술 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밖에 처진 코끝을 높이는 데 자신의 귀불 뒤쪽의 연골을 채취해 이식하는 방법도 확산되고 있다. 자기 조직이므로 이물감이 없고 부드럽고 자연스런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정형외과 영역에선 손상된 무릎 연골을 되살리는 데 두 가지 방식의 ‘자가 연골 재생술’이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 완충 역할을 하는 물렁뼈를 말한다. ‘자가 골연골 이식술’은 건강한 무릎에서 뼈와 연골 일부를 함께 떼어내 손상된 무릎이나 발목 관절 부위에 이식하는 것. 수명이 짧다는 게 단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요즘에는 연골을 구성하는 세포를 떼어내 외부에서 4∼6주 배양시켜 환부에 다시 이식하는 ‘자가 연골세포 배양 이식술’이 많이 쓰인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병원장은 “일단 재생되면 영구적인 자신의 연골과 관절이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활동으로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됐을 때 자신의 아킬레스건 또는 건강한 무릎의 인대(슬개건) 중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거나, 뼈가 잘 안 붙는 골불유합, 악성 척추종양에 자기 골반 뼈의 일부를 옮겨다 붙이는 시술법도 흔히 시행된다.

최근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난치병으로 여겨졌던 ‘림프 부종’ 치료에 환자 본인의 정상 림프절을 이식해 치료하는 방법도 도입돼 활용되고 있다.

림프 부종은 암 수술 등으로 림프절이 망가져 팔다리에 체액이 고이면서 심하게 붓는 질환. 신장이나 간처럼 한번 망가진 림프절은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 때문에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에서 건강한 림프절 일부를 떼어내 손상된 부위에 이식하면 새로운 림프관이 생성되면서 체액의 순환이 잘 이뤄지고 부종이 치료되는 원리다.

이밖에 치과에서는 임플란트를 할 때 치조골(잇몸에 박힌 치아 뿌리 부분)이 부족하면 사랑니 부분의 치조골이나 턱 뼈 일부분을 떼어 필요한 부분에 심어 치주 골격을 만들기도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