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믿음의 유산 되새기며
입력 2010-01-31 17:49
‘육신의 아버지, 신앙적 아버지, 성경적 아버지…’를 고민하던 중, 나의 아버지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다음의 글은 ‘올드 앤 뉴(Old & New)’라는 제목으로 아버지가 즐겨하셨던 동일한 본문의 설교로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다시 설교하며 출판했던 책의 서문이다. 모두는 아니지만,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마음이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글을 나누고 싶다.
아버지를 존경하는 마음보다,
늘 아버지를 넘어서려고 했던 아들이었습니다.
아버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지시던 때도,
심장이 멎어 심폐 소생술 하던 순간도 저는 거기에 있었습니다.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된 아버님의 모습,
하지만, 경황 중에 5일 장으로 지내기로 결정하고 문상을 받는 중에 저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갔습니다.
그렇게 내가 넘어서려고 했던 아버님의 그늘과 신앙의 유산 가운데 있는 제 모습을 봅니다.
누군가 좋은 말로 ‘효자병’이라는데, 살아생전 아버님께 잘 해드리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픈지 모릅니다. 그렇게 흐르지 않던 눈물이 마음속에 굳어버렸는지 빠져나오지 못하고 아픔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슬플 때 울지 못하면 그 아픔이 나중에 온다고 했는데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을 낳아봐야 아비가 되고, 부모님을 여의고 나서야 자식이 된다고 했는데 저도 이제 어른이 된 느낌입니다. 아버님이 쓰러지시고 교회를 담임하며 지나간 시간이 꿈같습니다. 어느 날 꿈을 깨고 보니, 아버님이 그리던 교회의 모습과 꿈꾸던 사역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누군가 이 아름다운 만나교회를 보지 못하고 가신 아버님이 아쉽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보는 이 모든 것이야말로 이미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아버님의 비전이 아니겠습니까?
느보산에서 가나안 땅을 바라보며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모세를 생각합니다. 그 순간까지 모세의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아버님 역시 부르심을 받기 전 주에도 힘차게 집회를 인도하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을 끝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입니까?
모세의 마지막 임종이 절대 비극이 아니라 하나님의 인정과 칭찬이 있었던 것처럼, 자신의 발로 밟는 것보다 가슴으로 그 땅을 밟고, 벅찬 가슴으로 하나님께 불림을 받은 것임을 믿음으로 고백합니다.
아버님이 그립습니다.
아버님을 사랑합니다.
그 가슴에 품었던 꿈이 이루어짐을 천국에서 편안히 지켜보세요.
믿음의 유산을 물려받은 아들, 병삼
김병삼 만나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