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아버지] ‘아빠 힘내세요’ 작사 작곡 한수성씨
입력 2010-01-31 17:55
“가장들 응원가로 불려져 뿌듯 이젠 아버지의 꿈 찾아줘야죠”
국민동요 ‘아빠 힘내세요’의 작사·작곡가 한수성(54)씨는 부산 사남초등학교 음악교사다. 1978년 마산교대를 졸업하고 초등학교에서 줄곧 음악을 가르쳐 왔다. 그는 평생 음악이란 꿈을 향해 달려왔다.
그는 30대에 대학가요제와 동요제를 꿈꿨다. 85년 진주교대에 편입하고 2년간 MBC 대학가요제에 문을 두드렸으나 매번 고배를 마셨다. 출전하기 위해선 대학생 신분을 유지해야 했다. 그래서 졸업을 앞두고 휴학까지 했다. 드디어 87년 지역예선에서 1등을 하고 ‘바위’라는 노래로 본선에 올랐지만 입선에 그쳤다.
그는 동요제로 눈길을 돌렸다. 89년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던 아들 지웅(32)씨와 함께 부른 ‘연날리기’로 MBC 창작동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본선에 6번이나 입선했다.
40대엔 아버지의 아픔을 노래했다. “94년 아파트를 판 돈으로 녹음실을 인수했는데 1년 만에 그만 건물 주인이 부도를 낸 겁니다. 완전히 망한 거죠. 집은 단칸방으로 옮기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했어요. 가족들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고달파도 말 한마디 못하니 너무 힘들었어요. 부자 아빠건 가난한 아빠건 이 시대의 아버지들은 가정에 무한한 책임감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집에 들어올 때 활짝 웃고 싶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거든요. 저처럼 아빠들이 힘들 때 가족들이 응원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곡을 썼어요.”
97년 MBC 창작동요제 본선에 오른 이 곡은 아쉽게도 상을 타지 못했다. 하지만 유치원 발표회에서 유명세를 타면서 빠르게 전파됐다. 그리고 7년 만에 광고기획사에서 빛을 본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기획사 직원이 유치원 재롱잔치에 갔다가 제 노래를 들었나 봐요. 한번 듣고 가슴이 뭉클 했다네요. 그래서 2004년 9월 모 카드회사 광고에 들어가게 된 겁니다. 정말 그렇게 많은 아이들의 입에서 노래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IMF 구제금융 한파로 축 처진 아빠에게 ‘아빠 힘내세요’는 큰 힘을 줬다. ‘딩동댕 초인종 소리에/ 얼른 문을 열었더니/ 그토록 기다리던 아빠가/ 문 앞에 서계셨죠/ 너무나 반가워 웃으며/ 아빠 하고 불렀는데/ 어쩐지 오늘 아빠의 얼굴이/ 우울해 보이네요/ 무슨 일이 생겼나요/ 무슨 걱정 있나요/ 마음대로 안 되는 일/ 오늘 있었나요/ 아빠 힘내세요….’ 이처럼 노래가 단숨에 국민동요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건 경제위기와 맞물려 가족을 콘셉트로 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벌었냐고요? 하하. 저작권협회가 똑같은 제목의 노래에 저작료를 잘못 지급하면서 문제가 있었어요. 한 7000만∼8000만원 번 것 같은데요.”
20년째 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는 한씨. 이젠 아버지의 꿈을 노래한다. 지난해 7월 부산 명지동에 아들과 함께 개원한 음악학원은 시대의 아버지들이 못 다한 꿈을 이루기 위한 곳이다.
“60대 이상 된 분들은 자신의 몸을 돌보기보단 가족을 위해 그저 희생만 하셨어요. 제 아버지만 해도 6·25전쟁을 겪으시고 양복 한 벌 제대로 입지 못하고 40년 이상 부두 노동자로 일하셨어요. 40·50대는 열심히 노력은 했지만 마음 한구석엔 ‘스스로의 것을 찾아야겠다’는 의식이 있어요. 음악학원을 차린 것도 그런 이유에섭니다. 저녁만 되면 학원을 찾아와 ‘선생님, 제 어릴 때 꿈이 드럼을 치는 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을 챙기느라 평생을 못했는데 지금 해도 늦지 않겠습니까’ 하고 문의하는 아버지들이 꽤 됩니다. 그런 분들이 죽기 전에 꼭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