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 대통령 발언 ‘변조’ 전모…김은혜 대변인 전격 사의

입력 2010-01-30 00:12

이명박 대통령이 영국 BBC 인터뷰에서 한 남북정상회담 관련 발언이 청와대 측의 브리핑 과정에서 ‘변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 대통령에게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29일 오전 스위스 현장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청와대 자료에는 “양측 간의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는 열린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상황이 되면 연내라도 안 만날 이유가 없습니다”라고 돼 있다. 이 대통령이 BBC와 인터뷰하는 현장에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들어가지 못했다. 출입기자들은 청와대가 발표한 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첫 보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KBS가 BBC 영상 자료를 통해 대통령의 실제 발언을 확인한 결과 내용에서 큰 차이가 났다. “조건 없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김 위원장을) 연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본다”는 표현은 보도자료에서 “안 만날 이유가 없다”로 바뀌었다. 이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대해 조건 없이, 연내에 만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정권 출범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청와대가 파장 확산을 우려해 대통령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거나, 삭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청와대는 의도적인 것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상당히 피곤한 상태에서 BBC와 인터뷰했다”면서 “이후 이 대통령에게 발언 진의를 확인해 보도자료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발언을 변조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는 이 대통령의 ‘진의와 다른 발언’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한편 이 대통령은 김 대변인의 사의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보스=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