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급진전 분위기…작년 말부터 물밑 접촉, 회담 의제 등 상당부분 진척
입력 2010-01-30 01:02
남북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물밑 접촉을 갖고, 회담 의제와 관련한 협의를 상당 부분 진척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29일 북한이 연 사흘째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에서 해안포를 발사하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연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자신감을 나타낸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남북 관계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지난해 말부터 국가정보원이 북측과 남북정상회담의 조건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면서 “협상이 진행 중이고 조건을 맞추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남북은 북핵 문제의 의제화 수준과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가시적인 성과를 놓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은 핵 문제의 실질적인 논의를 요구하고 있지만, 북측은 이는 6자회담에서 북·미간에 논의할 문제라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남측은 전부는 아니더라도 북측이 상징적으로 최소 몇 명 정도는 송환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억류된 여기자 2명을 데리고 귀환한 것처럼, 회담이 북측 지역에서 열린다면 이들이 이 대통령과 함께 남측에 돌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반면 북측은 국군포로·납북자들을 송환할 경우 이들이 북측 가족들과 다시 이산가족이 될 수밖에 없어 인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BBC와의 회견에서 “사전에 만나는 데 조건이 없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주목되는 대목이다. 북측이 두 의제에서 일정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점을 촉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말 ‘대통령과의 대화’ 때도 정상회담과 관련, “북한 핵을 포기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며 풀 수 있다면 만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북측은 정상회담의 대가로 이전 정부에서 제공해온 연간 쌀 40만t과 비료 30만t의 지원과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 추가 경협 사업에 대한 투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이 현재 회담 의제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고, 국군포로·납북자 문제도 일부 성의를 보인다면 의제 문제는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이 의제에서 절충점을 찾을 경우 정상회담은 이르면 3~4월, 늦어도 6~8월쯤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6월 지방선거와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일정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상회담 시점은 북한의 비핵화 일정과 맞물릴 가능성이 크다. 정부 관계자는 “4월 워싱턴 핵 안보 정상회의와 5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정상회담은 두 회의를 거쳐야 가닥이 잡힐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