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발 모바일 혁명] 오뚝이 CEO 스티브 잡스는… 쫓겨나고, 암투병, 포기없는 도전

입력 2010-01-29 21:25

검은색 폴라티에 청바지. 세계 IT 판도를 흔드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55)의 옷차림이다. 언제나 이 옷차림으로 나타나기에 검은 폴라티에 청바지는 ‘잡스 스타일’로 정의될 정도다. 그는 27일(현지시간) ‘혁명적인 제품’ 아이패드를 소개할 때도 이 차림으로 나타났다. 한결같은 이 스타일엔 그의 인생과 애플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검은색 폴라티는 단정하지만 정장을 입은 것보다는 격식에 덜 신경 쓴 차림이다. 한편으로 목을 감싸고 있어 답답해 보인다. 꽉 막혔다는 느낌마저 준다. 격식에서 자유로우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추진할 땐 고집스럽게 완벽을 추구하는 잡스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잡스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태어난 지 몇 주 만에 가난한 양부모에게 입양된다. 대학원생 때 잡스를 낳은 친부모는 미혼이란 이유로 아이를 버렸다. 어렵게 학창시절을 보낸 그는 결국 학비가 없어 대학교를 중퇴한다. 그의 고집스런 성격은 성장 과정이 크게 반영된 셈이다.

그의 성격은 회사 내부에 수많은 적을 만들었다. 결국 85년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잡스는 청바지로 상징되는 도전정신을 갖고 있었다. 76년 애플을 설립할 때부터 반짝였던 창의성은 77년 세계 최초의 개인용PC ‘애플’에서 발휘됐다. 그는 85년 회사에서 쫓겨난 뒤에도 넥스트라는 새 회사를 세워 세계 최초의 객체지향 운영체제 ‘넥스트 스텝’을 개발하고 애니메이션 업체 픽사를 인수하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반면 도전정신을 가진 선장을 쫓아낸 애플은 애플 특유의 신개념 제품을 개발하는 데 실패,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97년 잡스를 다시 CEO로 맞이하게 된다.

잡스는 애플로 복귀하자마자 97년 10억 달러 적자를 1년 만에 4억 달러 흑자로 바꿔놓았다. 이후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등 신개념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업계 판도를 바꾸는 ‘애플 신화’를 만들어냈다. 2004년에 췌장암 수술을 받았지만 이마저 이겨냈다. 일각에선 잡스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낸 적이 없다고 비판하지만 이들조차도 잡스의 고집과 애플의 기술이 어우러져 혁명을 만들어낸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월 잡스가 6개월간 병가를 내자 회사 주가가 흔들리다 매매 정지까지 됐을 정도로 애플과 잡스는 한 몸”이라며 “잡스가 창의성을 특유의 고집으로 밀고 간다면 ‘애플 신화’ ‘잡스 신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