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자업체 ‘왕중왕’ 등극

입력 2010-01-29 18:36


2009년 매출 사상 최대 136조2900억… 지멘스·HP 추월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전자업체 자리에 우뚝 섰다.

삼성전자는 29일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외 사업장을 더한 글로벌 연결기준으로 매출 136조2900억원, 영업이익 10조92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5.1%, 영업이익은 무려 91.2%나 늘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39조2400억원에 영업이익 3조7000억원을 냈다.

2008년 미국 포천지가 매출 기준으로 선정한 기업 순위에서 40위인 삼성전자보다 위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30위 지멘스, 32위 휴렛패커드(HP)였다. 지난해 지멘스는 1098억 달러, HP는 1146억 달러 매출을 올렸다.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해 연말 환율 1164.5원으로 환산하면 1170억 달러로 지멘스와 HP를 추월했다. 사실상 전자기업으로 세계 1위에 등극한 것.

삼성전자는 또 국내 기업 최초로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 첫 번째 기업이 됐다. 삼성전자는 2004년 영업이익 11조7600억원을 기록했지만 매출이 100조원에 못 미쳤고 2008년에는 매출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6조300억원에 그쳤다.

최대 실적은 반도체와 LCD 등 디스플레이. 휴대전화를 포함한 정보통신 부문과 디지털미디어 등 4대 사업 부문이 모두 선전한 결과다. 4개 분야 모두 조 단위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 부문에선 4분기에 전분기보다 영업이익이 48%나 늘어난 1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이익은 2조4200억원이다. 불황 속 경쟁자들이 주춤한 틈을 타 D램, 낸드플래시의 점유율을 높이며 승자 독식 효과를 제대로 봤다. LCD 부문 역시 수요 감소에도 불구하고 선진 시장에서 판매 호조로 시장점유율을 올리며 지난해 1조3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휴대전화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0%가량 역성장했지만 삼성전자는 전년보다 16% 성장한 2억2700만대를 팔아 4조1300억원을 벌었다. 연간기준 최초로 4조원을 넘긴 것도 처음이다.

LED TV 등의 판매 확대로 TV 분야 4년 연속 세계 1위를 무난히 달성했다. TV가 속한 디지털미디어 부문에선 TV 외에도 프린터, 생활가전 모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하며 2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8년 4000억원보다 무려 7배나 늘어나며 삼성전자 기록 달성에 한몫했다.

그러나 앞으로가 문제다. 삼성전자 휴대전화 판매량은 지난해 분기마다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지만 정보통신 부문 영업이익은 1분기 1조1200억원, 2분기 1조원, 3분기 1조300억원, 4분기 9900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반면 세계 1위 노키아는 28일(현지시간) 4분기 단말기와 서비스부문 영업이익률이 15.4%로 전년 같은 기간 12.1%보다 증가한 실적을 내놨다. 4분기 스마트폰시장 점유율도 40%로 전년 동기의 31%에 비해 크게 늘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니가 트랜지스터 라디오, 워크맨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성장했다면 삼성전자는 잘 단련된 생산과 추격 능력이 장점”이라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혁신성 부족이 수익을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LED TV로 성공했지만 이 역시 2004년 소니가 최초 개발한 제품”이라며 “창의성, 혁신성이 삼성전자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