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연임 성공했지만… 출구전략 최대 난제 2기 가시밭길 예고

입력 2010-01-29 21:46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에 대한 재임 인준안이 28일(현지시간) 상원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표결 결과는 찬성 70표, 반대 30표였다. 이에 따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그는 앞으로 4년 동안 다시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게 됐다.

그동안 금융시장과 의회 내에서는 그의 연임에 대해 찬반론이 맞서 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찬성론자들은 버냉키 의장이 대공황 이후 최대 금융위기에서 최악을 피하도록 미국 경제를 잘 이끌어 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반대론자들은 Fed가 주택과 신용의 거품을 간과한 채 시중은행들의 낮은 현금 유보와 무분별한 대출을 허용했다고 주장한다. 반대 30표는 역대 Fed 의장의 인준 표결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이다. 그만큼 논란이 팽팽했다는 것이다.

인준안 통과는 부결됐을 경우에 대한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나타날 시장의 변동성과 불안이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워싱턴 정치권의 반대파들도 “최선은 아니지만 달리 대안이 없지 않으냐”는 평가를 하고 있다.

버냉키 2기에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우선 가장 큰 과제는 전 세계의 고민이기도 한 출구전략의 시기와 방법이다. 금융위기 수습과 경기부양을 위해 지금까지 풀어놓은 각종 지원책과 유동성을 거둬들이는 문제다. 자금이 빠듯한 기업이나 일자리 창출에 목매고 있는 정부와 정치권에 모두 환영받을 수 없는 조치다. Fed도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1년간 계속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출구전략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출구전략은 경기회복과 또 다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사이에서 재임된 그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구제금융 등 금융정책에 대한 공격도 버냉키 의장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구제금융 후유증에 대한 희생양을 찾고 있는 정치권은 그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인책 순위 1번으로 꼽아놓고 있다.

또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Fed의 역할을 지나치게 확대했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경기가 회복돼 정상적인 성장세로 돌아섰을 때 부양책을 거둬들여야 하는 부담을 너무 키워놓았다는 것이다. 의회에서는 Fed의 기능 조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경기침체 및 회복 문제는 미 국민들의 최우선 관심사인 만큼 예정된 11월 중간선거에서 공격받을 일이 많다. 정치권이나 시장의 공격으로 버냉키 의장이 흔들릴 경우 왜곡된 정책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