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진보 역사학자 하워드 진 별세

입력 2010-01-29 18:13

미국의 진보적 역사학자인 하워드 진 보스턴대 명예교수가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향년 88세.

1922년 뉴욕에서 유대인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세계2차대전에 참전하며 전쟁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반전주의자가 됐다. 컬럼비아대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스펠먼대에선 흑인여성 제자들과 함께 민권운동을 벌였고 64년 옮겨간 보스턴대에선 베트남 반전운동의 선두에 섰다.

80년 출간한 대표작 ‘미국 민중사’는 흑인과 원주민 인디언 등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역사를 기술해 반향을 일으켰고 미국에서 2009년까지 200만부 이상이 팔렸으며 여러 고교 및 대학 교재로 채택되는 등 필독서로 자리 잡았다. 그와 함께 미국의 지성으로 꼽히는 노엄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종신교수는 ‘미국 민중사’를 “수백만 사람들의 과거 응시 방향을 바꿔준 역사적인 저술”이라고 평했다. 노년에도 인권운동, 반전운동 현장에 피켓을 들고 참여하는 등 행동하는 지식인의 면모를 보였고, 최근 들어서는 버락 오바마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부인 로슬린 진은 지난해 세상을 떠났으며,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그의 저서 ‘오만한 제국’ ‘권력을 이긴 사람들’ ‘불복종의 이유’ 등 다수가 국내에도 번역됐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