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둔 작가 샐린저 ‘하늘의 파수꾼’ 되다

입력 2010-01-29 18:13

전 세계적으로 65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The Catcher in the Rye)’의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샐린저의 아들은 샐린저가 27일 뉴햄프셔주 코니시의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28일 출판 대리인을 통해 발표했다.

1919년 뉴욕에서 태어난 샐린저는 맨해튼의 맥버니 중학교 1학년 때 성적 불량으로 퇴학을 당하고 2년 뒤인 34년 펜실베이니아 밸리 포르지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갔다. 이때의 경험이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투영되었다. 학교라는 제도로 표상되는 기성세대의 위선과 허위를 거침없는 비속어와 파격적인 표현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정치적으로 우파 보수주의가 득세하던 1950년대 미국에서 젊은이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샐린저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당시 대학생들은 모두 ‘호밀밭의 파수꾼’을 들고 다니며 자신들을 주인공 홀든과 동일시했다.

51년 발표한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65년 이후 고향 뉴햄프셔에 은둔하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샐린저를 찾아서’(1988)라는 책을 쓴 영국 작가 이언 해밀턴은 집필 과정에서 샐린저에게 수백 통의 편지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의 소설을 영화화하겠다며 찾아온 스티븐 스필버그를 문전박대한 사건은 유명하다. 샐린저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해다. 허락없이 원작을 모티브로 속편을 쓴 작가를 상대로 판매 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