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0층 호화청사 가당키나 한가

입력 2010-01-29 18:07

호화청사 건축병이 또 도졌다. 이번엔 경기 안양시다. 안양시가 공개한 신청사 건축 청사진을 보면 호화청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성남, 용인시 청사는 ‘하코방’ 수준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청사가 낡고 비좁으면 또 모르겠다. 완공된 지 14년밖에 안 된 멀쩡한 지상 8층·지하 2층짜리 현 청사를 허물고 그 자리에 2조2300여억원을 들여 100층 이상의 초고층 청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도 안양시는 건물이 완공되면 대부분을 비즈니스센터, 컨벤션센터, 호텔, 시민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일부만 청사로 쓰기 때문에 호화청사가 아니란다. 오히려 공사기간 동안 4만2000명의 고용창출 및 3조6000억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가 있고, 매년 수백억원의 임대수입이 예상된다며 검증되지 않은 온갖 미사여구로 신청사 건립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안양시 재정자립도(지난해 현재)는 65.3%에 불과하다. 1991년 90.6%에서 2001년 72.5%, 2005년 66.9%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시민 61만명이 갚아야 할 빚은 710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되는 청사 건립을 추진하는 것은 시 살림을 거덜내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국내외 민간자본을 유치해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시내 중심가에도 빈집과 입점하지 않은 상가가 즐비한 마당에 어떤 기업이 나설지 의문이다. 6월 지방선거를 의식한 한탕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

무리하게 빚을 내 신청사를 지었다가 직원 인건비도 주지 못한 부산 남구청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신청사를 짓는 대신 리모델링으로 예산 189억원을 절감한 전남 보성군 같은 지자체도 있다. 군수 임시사무실도 지하주차장에 마련했다. 보성군은 이렇게 아낀 예산으로 주민 쉼터와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보성과 부산 남구 중 어느 곳에 살고 싶으냐고 묻는다면 답은 자명하다.

정부가 호화청사 건축을 규제하고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당 공천과정에서 일차적으로 거르고, 유권자가 표로 본때를 보여줄 때 이런 단체장의 설자리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