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노총 새 지도부 현실 직시해야

입력 2010-01-29 18:07

민노총이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코레일 부산지역본부 철도기관사 김영훈씨를 3년 임기의 새 위원장으로 뽑았다. 42세로 역대 최연소 위원장이다.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김 위원장은 운수산업노조위원장을 지냈고 철도노조위원장 시절에는 파업으로 구속된 전력이 있다. 선거에서 민노총 3대 파벌 중 다수파인 국민파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파는 계급문제보다 민족문제를 중시해 민노총 내에서 온건파로 불린다. 하지만 지금까지 민노총을 이끌어 온 것도 국민파다. 그 기조에서 지나친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 하급 노조들이 줄줄이 탈퇴했다. 새 지도부의 강온을 따지는 건 내부 기준일 뿐 밖에서 보면 여전히 노동계의 권력집단이다.

김 위원장은 정견발표에서 “노동기본권, 민중생존권, 민중자주권을 위협하는 어떤 세력과도 비타협적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기본권은 이해하지만 민중생존권, 민중자주권이 왜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촛불소녀에게 민노총은 거대한 보수 집단”이라는 발언도 생뚱맞다.

김 위원장은 또 “이명박 정권은 이성을 잃은 파쇼”며 “나의 당선은 무기력과의 결별이며 이명박에 대한 민주노총의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1900여 노조와 60여만 조합원을 거느린 민노총 새 위원장의 세상 보는 눈이 판에 박은 듯하다.

민노총은 재작년 한·미 쇠고기재협상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주도한 이석행 위원장이 구속된 뒤에도 고질적인 파벌 다툼에 임시 지도부를 제때 구성하지 못했다. 핵심 간부의 성폭력 사건까지 일어나 도덕성도 만신창이가 되었다. 지난해 가입 노조들이 잇달아 탈퇴했고 최근에는 서울메트로 등 6개 지하철 노조가 별도 연맹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민노총의 위상이 옛날과 같지 않아 창립 이래 최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정치투쟁에만 매달린 지도부에 근본적 책임이 있다.

민노총은 최근 개정된 복수노조 유예와 노조전임자 임금금지 규정에 반대하고 있다. 반대와 투쟁이 능사가 아니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때인 만큼 대화와 협상을 병행하는 지혜가 요구된다. 민노총 새 지도부는 비정규직 등 노동계의 상황 전체를 시야에 넣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