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계 정상 오른 삼성과 ‘애플 쇼크’

입력 2010-01-29 21:40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이 1170억 달러(136조2900억원)로 미국 휴렛팩커드의 1146억 달러, 독일 지멘스의 1098억 달러를 각각 제치고 세계 선두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 5.2%를 기록, 처음으로 5%대를 넘어섰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1%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익은 각각 19.1%, 104.5% 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 LCD(액정표시장치), 휴대전화, 생활가전 등에서 고루 선전함으로써 명실 공히 세계적인 종합가전업체로 부상했다.

지난해 원저(低)의 환율효과를 본 것뿐이라고 폄하하는 지적도 있지만 기술·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면 이룰 수 없었을 결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세계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지속적인 품질향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여온 덕분이다.

그렇지만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양적 성장에 치우쳐서도 안 되고 특정 분야에만 골몰해서도 안 된다. 예컨대 도요타는 8년 전부터 2010년엔 시장 점유율 15%로 세계 1위의 자동차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매진해왔고 그 꿈은 지난해 성사됐다. 하지만 도요타는 최근 대규모 리콜사태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도요타가 급속한 양적 성장을 추구한 결과 품질의 위기를 맞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의 도약도 무섭다. 아이폰 돌풍에 이어 ‘손 안의 멀티미디어시대’를 선도하는 태블릿PC(휴대용 멀티미디어 단말기) ‘아이패드’ 출시계획을 발표했다. 새로운 모바일 하드웨어를 구축하고 인터넷 음악 동영상 책 뉴스를 한몫에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것이다.

한국의 IT산업이 위태롭다. 이건희 삼성전자 전 회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가전·멀티미디어 전시회 ‘CES 2010’에서 “까딱하면 삼성도 구멍가게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그만큼 어렵다. 기술개발은 물론 품질관리에 힘쓰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밸런스 유지에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선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