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는 자”… ‘문학의 거장들’

입력 2010-01-29 17:55


문학의 거장들/왕은철/현대문학

문학평론가이자 번역가인 왕은철 전북대 교수(영문학)는 제3세계 작가에게 필(feel)이 꽂힌다. 휴머니즘에 대한 지향이 여전히 진행형인 제3세계야말로 우리 시대의 마지막 문학적 영토라는 생각이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문학의 거장들’(현대문학)은 그의 이러한 관심과 열정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담집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타운대, 미국 워싱턴대 객원교수 등으로 가 있는 동안 세계적 작가 9명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때로 전화나 이메일을 이용하기도 했다.

199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남아공의 나딘 고디머는 99년 현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가가 무엇을 쓰든지 그것은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되고, 결국 작가는 사회적 상황의 형상화를 통해 무엇인가를 가르치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또 “작가는 사회를 심오하고 깊숙하게 천착함으로써, 샐먼 루시디가 말한 것처럼,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발언할 수 없는 것을 발언하는 자”라고 대답한다.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남아공의 J.M.쿳시는 작가의 의무를 묻는 질문에 “특정한 작가가 특정한 주제 혹은 특정한 독자와의 관계에서, 역사의 특정한 시기와 자신의 삶의 특정한 시기에 느끼는 책임감이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2007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나타샤 트레서웨이는 자신의 문학관을 이렇게 털어 놓는다. “문학은 우리에게 인간이 무엇인지를 말해줍니다. (중략)문학은 타자를 향한 윤리적 행동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적어도 저는 제가 하는 문학이 그러한 것을 지향하는 문학이 되었으면 싶습니다.”

‘톈안먼(天安門) 사건’ 이후 미국에서 활동하며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중국 출신 작가 하진은 “중국은 증오와 중상모략이 날뛰는, 제정신이 아닌 나라다. 중국을 마음속에서 차단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다”며 조국에 대한 반감을 거침없이 토로한다.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쓴 아프카니스탄 출신 미국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는 “우선적인 것은 메시지가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라며 글을 쓰는 데 있어 스토리와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도전한 대표적인 반체제 작가 안드레 브링크, 전미 도서상을 수상한 철학적인 흑인 소설가 찰스 존슨, 역사 속에서 소외된 여성들을 대변해 온 세나 지터 내스런드와 낸시 롤스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책에 실린 작가들은 흑인의 땅에 사는 백인 작가라든가, 미국에 사는 유색인종 작가 등 대부분 ‘아웃사이더’들이다. 왕 교수는 “제3세계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조금이나마 부합되는 작가들을 의도적으로 택했다”면서 “다소간 주변부에 해당하는 작가들을 인터뷰하는 일은 내게는 배움의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