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저작권 의식’ 위험 수위

입력 2010-01-29 17:50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저작권에 대한 저조한 인식이 우려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갈수록 저작권 제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서울 강남의 한 교회는 반년 넘게 준비한 뮤지컬 ‘갓스펠’ 공연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미국 원작자에게 ‘갓스펠’ 라이선스(사용권)를 구입해 국내에서 공연하던 모 프로덕션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인천의 한 교회는 최근 어떤 법무법인으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 “귀 교회 사무실에서 ○○소프트웨어와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에 관한 구입 증명서류를 첨부해 저작권 대행을 맡고 있는 저희 법무법인으로 정품 사용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교회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많은 교회들이 ‘비영리적으로 사용하는데’ ‘예산이 부족한데’ ‘남들도 다 사용하는데’ ‘복음 전파 수단인데” 등등 이유로 저작권을 소홀히 여기고 있다.

교회들은 불법 소프트웨어(SW)를 사용하거나 하나의 SW를 여러 대의 컴퓨터에 설치하고, 개인용 노트북에 불법으로 SW를 설치한 뒤 교회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신학교나 각종 교계 행사장에서도 설교와 목회에 도움이 된다는 명목으로 불법 SW가 판매되고 있다.

심지어 수천만원, 수억원을 들여 개발한 교회학교 교재나 성경공부, 애니메이션, 그림 자료들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컬러 프린터로 복사해 쓰는 경우도 있다. 불법 복제물들을 교회 홈페이지나 인터넷 카페 등에 올려놓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교회 내 저작권 문제는 이제 SW나 동영상에 그치지 않고 음원이나 악보 사진 미술 지도 서적 연극 건축물 컴퓨터프로그램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작권 침해가 가장 심각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교육이나 콘퍼런스 등의 프로그램이다. 특정 교재나 프로그램을 약간 변형하거나 이름만 살짝 바꿔 마치 자기 것인 양 사용하거나 보급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 전도 프로그램인 알파코스를 모방하거나 변형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횡행하고 있는 데서 잘 나타난다. 모두 법적으로 걸면 걸리는 것들이다.

법무법인 정윤의 김보건 변호사는 “기독교 콘텐츠들이 비영리라고 할지라도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이용하고자 할 땐 저작권법상 권리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면서 “이로 인해 권리자로부터 고소나 손해배상 청구를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조제호 정책팀장은 “한국교회는 교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저작권에 대해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장로교출판사 사장 채형욱 목사는 “한국교회는 이제 문서선교 수단들을 복음 전파의 선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