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한기총 대표회장 취임 이광선 목사 “변화는 흐름… 개혁위한 바른 물길 뚫겠다”

입력 2010-01-29 17:46


이광선(66·신일교회) 목사가 28일 제16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에 취임했다. 그는 취임 일성에서 한기총이 연합과 일치, 복음과 교회 보존에 힘쓰는 것 못지않게 거룩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기총 정관 및 선거제도 변화 등 개혁의 바람이 불 것을 예고한 의미심장한 발언이었다. 본보는 이날 이 대표회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그가 꿈꾸고 있는 한기총이 무엇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있는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대표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실 텐데요.

“저는 건강도, 지혜도 부족한 사람입니다. 하나님께 무한 감사드리면서도 두려움이 앞섭니다. 우리는 보다 내실을 다져야 할 때

입니다. 대의를 위해선 자신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1년이라는 임기가 길지 않습니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데요.

“1년은 문장부호로 말하자면 물음표나 느낌표 하나 찍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먼저 해묵은 문제(선거제도 개선 등)를 과감히 해결하겠습니다. 20여년 전 한기총을 설립할 당시 지도자들이 가졌던 초심을 되새기고 그분들의 뜻을 계승할 겁니다. 분명한 원칙과 소신을 통해 아름다운 내부 변화를 일궈내겠습니다. 아울러 북한인권 개선, 사학진흥법 관철, 국내외 재난 당한 이들을 돕는 운동 등에 올인하겠습니다.”

-취임사에서 한기총 개혁을 언급하셨는데요. 개혁에 역류하려는 움직임도 있을 텐데요.

“변화는 흐름입니다. 개혁에 앞서 올바른 흐름을 유도하기 위한 물길을 준비해야죠. 참신한 아이디어들을 토대로 새로운 변화의 첫 삽을 뜨겠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 구성원들의 의견이 존중될 겁니다.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해법이 제시될 겁니다. 국민일보가 증인이 돼주기를 바랍니다.”

-한기총을 위한 중장기 시스템도 만들어나가실 건가요.

“현재 당장 필요한 것은 전통을 대체하는 혁신 시스템이 아닙니다. 기존 시스템이 잘 작동되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죠. 저는 한기총 내에 전문가 집단이 상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교회 안팎 현안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할 겁니다. 교단, 교회 간 네트워크를 강화해 자원의 효용성도 높일 겁니다. 이단·사이비 및 이교의 도전에 강하게 대처하다 보면 훨씬 업그레이드된 한기총의 모습을 확인하게 될 겁니다. 이것들이 곧 중장기 시스템의 기초석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한기총이 조화와 균형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들어왔습니다. 예언자적인 목소리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혹평도 있었는데요.

“한기총은 예언자적 사명과 제사장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균형과 조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무분별하게 성명을 남발하는 게 위기 극복의 해법이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한기총은 먼저 본을 보이고 뜻을 같이하는 분들과 함께 변화하는 공동체입니다. 뒤틀려진 교회 정치 때문에 상처입고 목회 현장 속에서 숨어버린 목회자와 전문가들을 적극 발굴할 겁니다. 이를 위해선 삼고초려도 해야죠.”

-과거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삭발 투쟁을 감행해 강한 이미지를 남기셨는데요.

“전 절대 강경한 사람이 아닙니다. 체구가 남들보다 큰 것은 사실이지만. 설교할 때 큰소리로 외친 적도 거의 없습니다. 전 정치공학적 수사학에 탁월하거나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간파하기 어려운 복선의 사람도 아닙니다.”

-국민일보의 한기총 실행위원회 설문 결과, 한기총 구성원들이 세계교회협의회(WCC) 부산총회에 대해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상당수가 WCC 공과에 대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고 했는데요.

“맞습니다. ‘숲과 나무’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 속에 투영된 WCC의 모습에는 분명 오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럴 만한 충분한 개연성도 있었고요. WCC를 숲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지엽적인 한두 사건으로 침소봉대하는 건 적절치 않습니다. WCC의 선교적, 신학적 선언과 실천이 성경의 가르침과 얼마나 거리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죠.”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