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찬송] 아 하나님의 은혜로 310장(통 410장)

입력 2010-01-29 17:28


장애·죄·가난으로 힘겨울 때

불현듯이 온 평안 속 영혼에 울려


떠밀리듯 참석한 교회 청년부 수련회에서 시각장애인인 나는 참으로 놀라운 체험을 했다. 전도사의 강론을 마지못해 들으며 멋쩍게 앉아 있던 내게, 성령님이 사랑으로 임하신 것이다.

손에 손에 돌을 들고 간음하다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붙잡아와 어찌 할지를 묻는 군중들에게 들려주시는 예수님의 말씀에 내 인생은 바뀌었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쳐라!”

성난 군중 속에서 여인을 구하신 주님의 이 말씀이 내겐 바로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들렸다. 이 말씀을 들은 사람들은 양심이 찔려 나이 든 자로부터 어린 자까지 모두 손에 들었던 돌을 떨구고 그 자리를 떠나는 장면이 죄인인 내 모습으로 비추어졌다.

그때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과 영혼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을 체험했다. 하나님은 분명히 계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나는 시각장애가 주는 심적 고통에서 완전히 자유롭게 됐다. 하지만 집안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야기되는 여러 문제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여전히 나를 힘들게 했다.

20대 초, 중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기초재활 훈련을 받으러 가던 그 날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장애, 하나님의 크신 은혜, 죄에서의 자유,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주위의 문제들….

그때였다. 하늘의 것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큰 평안이 나를 덮으며 가득 채웠다. 천국이 이러할까? 그 누가 나의 것을 모두 빼앗아간다 해도 진심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기도하고 찬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면서 영혼에 울려 온 찬송가가 ‘아 하나님의 은혜로’라는 찬송이다.

‘아 하나님의 은혜로 이 쓸 데 없는 자/왜 구속하여 주는지 난 알 수 없도다/내가 믿고 또 의지함은 내 모든 형편 잘 아는 주님/늘 보호해 주실 것을 나는 확실히 아네’

하나님의 사랑을 노래한 이 찬송은 언제나 내게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시각장애인 최초의 국가자격 속기사와 방송 MC로서 여러 상을 수상할 때, 대통령상과 대통령 표창을 받을 때도 온 마음을 다해 드렸던 찬송이다. 이 찬송은 내가 하나님께 영원히 드릴 찬송이다. 심히 부족한 나를 크신 사랑으로 구원해 주시고 때마다 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 그 은혜에 감사하며 소리 높여 부르고 싶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심준구 시각장애 방송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