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곳에 그물을 던진다] 황형택 목사의 초심은… “가진 달란트 잘 쓰면 다 잘 될 것이란 믿음”
입력 2010-01-29 17:28
강북제일교회 황형택(사진) 목사를 인터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저에겐 목회 철학 같은 게 없어요”라는 말로 시작해서 시종일관 특별한 게 없다고 손사래만 쳤다. 그러나 이야기를 마칠 때쯤 분명한 특징이 보였다.
먼저 강북제일교회의 초빙을 받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물었다. “저는 이 교회의 상황과 특징을 전혀 분석하지 않았어요.” 고개가 갸웃해지는 이 말에 대해 황 목사는 “내가 가진 달란트를 잘 사용하면 다 잘 될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제가 가지지 않은 달란트를 이 교회에 필요하다고 쥐어짤 수는 없잖아요? 하나님이 내게 맡기셨으니 내가 받은 은사를 마음껏 써 보자는 생각에만 초점을 맞추려 했어요.”
따라서 5개년, 10개년 등 계획이나 성도 수에 대한 목표도 없었다. 교회는 전임 목사가 지병으로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몇 개월간 불안정한 상태였던 터라 적응까지 고비도 있었지만 심리적 부담은 없었다고 한다. 그 비결은 그가 “철학이라기보다는 목회에 대한 자세”라고 강조하는 “어린아이 같은 믿음”에서 비롯된다.
“얼마 전 김삼환(명성교회) 목사님이 ‘하나님 아버지를 아버지로 믿는 믿음’이라는 설교를 하셨는데 그게 딱 제가 원하는 자세예요. 아버지가 ‘야, 이것 좀 해봐’ 하면 ‘네, 열심히 할게요’ 하고, ‘이건 안 되겠다’ 하면 ‘할 수 없죠’ 하는 거죠. 이런 확실한 신뢰 속의 부자 관계에서는 아들이 굳이 안 되는 걸 가지고 아버지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질 필요가 없잖아요.”
그 때문인지 황 목사는 주변에서 얼굴이 밝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그는 “실제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 올 때 분명하게 다짐한 것도 있었다. 바로 한국의 기독교가 본연의 신뢰와 존경을 되찾는 데 기여하자는 것이다. “제가 1990년 미국으로 갈 때만 해도 지금처럼 교회가 지탄과 조롱의 대상은 아니었거든요. 저는 교회가 복음대로만 하면 자연히 제자리로 돌아간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현재 강북제일교회의 ‘섬기는 교회’ ‘지역과 소통하는 교회’라는 방향이다. 황 목사는 하나님과의 확실한 신뢰 관계를 추구하듯 성도들에 대해서도 신뢰가 깊었다.
황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