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애완용… 도우미… 파트너 ‘감성로봇 시대’ 열린다

입력 2010-01-29 17:55


집에서 애완동물 대신에 로봇을 키우는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사람과 로봇 간에 감정을 교류하는 ‘감성 로봇’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감성 로봇이란 마음이 있는 로봇을 말한다. 즉, 얼굴을 쳐다보면서 시선을 맞추고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그가 하는 말과 감정을 이해하며 표정을 읽어내는 로봇이다. 로봇이 인간과 감정적 교류가 자연스러워 진다면 개인의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 편부모나 맞벌이 가정의 어린이 보육을 맡아주고, 독거 노인을 돌보거나 상태를 모니터링 해 위급 상황을 판단하는 등 ‘도우미’ 역할도 가능해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 등 향후 사회 문제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국·내외적으로 이 같은 감성 로봇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의 노인용 로봇 바다표범 ‘파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자폐 치료용 ‘테디베어 로봇’, 벨기에의 외로운 어린이용 로봇 ‘프로보’ 등은 이미 일상에 보급돼 어린이와 노인들에게 정서적 도움을 주고 있다.

로봇 연구의 메카로 알려져 있는 미 MIT 미디어랩의 몇몇 실험실은 아이들의 수학 문제 풀이를 도와주는 로봇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이 로봇은 아이에게 문제를 내주고 풀이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계속 틀리거나 막혀도 “땡! 다시 시도해 보세요.”라고만 하지 않는다. 대신 “나도 이런 문제가 나오면 너무 화가 나. 잠시 만화 좀 보다가 다시 해볼까?”라고 대답한다. 그 로봇에게는 아이의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는 장치가 부착돼 있어서 그가 화가 났는지, 긴장하고 있는지, 지겨워하는지, 흥미로워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2007년 기쁨 슬픔 화남 등 7가지 감성을 표현하는 기술이 탑재된 네트워크 기반 로봇인 ‘코비(KOBIE)’와 ‘래비(RABIE)’ 등 2종을 처음으로 개발해 현재 상용화가 진행 중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2009년 2월 개발한 ‘실벗(실버세대의 벗)’은 오는 3월에 경남 마산시 노인복지관에 시범 투입돼 노인들과의 감성 교류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실벗은 앞면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상대방과 고스톱이나 게임을 할 수 있으며 음성대화도 가능하다. 일정 관리, 영어교육 기능이 탑재돼 있으며 약 먹는 시간도 알려준다.

한국감성과학회장 손진훈(충남대) 교수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고 인간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로봇 기술의 발전은 우리에게 로봇 애완동물, 숙제 도우미, 운동 파트너, 놀이 친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사랑에 빠지는 로봇 애인이나 인간을 지배하는 로봇 왕국을 만들어 낼 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