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노숙생활 접고 새 삶 찾은 백영민 집사 회고 “임명희 목사 변함없는 모습에 감동”
입력 2010-01-29 17:34
첫 사랑 실패 후 거리로… 교회 출석후 변화, 지금은 자작곡 ‘노숙인 굿바이’ 부르며 전도
광야교회 백영민 집사는 길거리 노숙인들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악수를 건네면서 안부를 묻는다. 그들은 바로 20여년 전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귀중함을 알고 보니 그 시절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다”는 백 집사. 그가 노숙인 신세가 된 건 28세 때다. 수년간 키워온 애틋한 첫사랑이 무위로 돌아가자 그는 죽기로 결심했다. 쓰린 가슴을 달래려 날마다 술을 들이붓다시피 했다. 하지만 장 파열만 찾아오지 죽음은 끝내 그를 비켜갔다. 그때부터 영등포 역전은 그의 거처가 됐다.
고향이 목포인 그는 고생이란 걸 모르고 자랐다. 친구들은 죄다 지역 유지의 자녀들이었다. 하지만 10년간의 노숙생활은 그의 신분을 180도로 바꿔놓았다. 친구들과는 연락이 두절됐고, 수소문 끝에 찾아왔던 친척도 술 마시고 자빠져 다친 얼굴의 그를 보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그런 그가 새사람이 된 건 광야교회 임명희 목사 때문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노숙인들을 찾아와 복음을 전하는 임 목사의 모습에 매료됐던 것이다. 백 집사는 “목사님은 정월 초하루 먹은 마음이 섣달그믐까지 가는 분”이라고 말했다. 1년의 절반을 술로 보내던 백 집사는 광야교회에 출석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단주(斷酒) 기간이 길어졌다. 처음엔 한 달, 나중엔 6개월, 1년이 다 되도록 술을 안 마시기도 했다. 물론 중간중간 백 집사는 “술을 마셔야 한다”며 임 목사에게 돈을 꾼 적도 있다. 그때마다 임 목사는 ‘사람을 살리고 보자’는 생각에 선뜻 돈을 건네줬다. 술과 일 사이에서 방황하던 백 집사는 3년이 지나자 술과는 영영 이별을 했다. 목동 임대아파트를 분양받고 영등포를 떠난 것도 벌써 6년이나 됐다.
새사람이 되고난 어느 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불현듯 떠오른 한 노래가 그의 입술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숙자 굿바이’란 자작곡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방황하던 그 시절을 잊어버리고, 내 모든 나쁜 습관 벗어버리고 지혜롭게 행동하며 살아가며는 한 맺힌 내 가슴에 꽃이 핀다네”로 시작되는 이 곡은 구구절절 백 집사의 마음이 담겼다.
당뇨병 합병증으로 투석치료를 받는 날 외엔 그는 지금도 광야교회 예배에 나와 이 곡을 노숙인들에게 불러주고 있다. “교회의 모델이 되고 예수님의 산증인이 되어야겠다”는 게 노숙인에서 새사람이 된 백 집사의 평생 다짐이다.
●백영민 집사의 자작곡 ‘노숙자 굿바이’는 인터넷 미션라이프(missionlife.co.kr)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김성원 기자